'금투세' 도입 오리무중…증권사만 속탄다

與 "2년 유예" VS 野 "내년 시행"
정치권 도입시기 결정 늦어지며
증권사 상품설계·마케팅 올스톱
"투자 불확실성만 높인다" 속앓이



여야 정치권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를 두고 대립하면서 금융투자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증시 여건이 부정적인 만큼 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부자 감세’라며 원안대로 내년 시행을 고수하고 있다. 금투 업계는 정치권이 진정 투자자를 위한다면 빠른 시일 내 금투세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투세 시행 시기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데 결정이 늦어질수록 투자 불확실성만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14일 금투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고객들의 금투세 문의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금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금투세 시행과 2년 뒤인 2025년 시행, 두 가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절세 포트폴리오를 설명하고 있다”며 “결국 고객들은 둘 중 어느 시기가 시행 확률이 높은지, 포트폴리오는 언제부터 적용하면 되는지 묻는데 혹여나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어 제대로 응대를 못 하니 고객이 떠나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여야는 2020년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연간 주식 5000만 원, 기타 250만 원)이 넘는 수익을 낸 투자자에게 20%(3억 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 도입에 합의하고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 정부 여당이 추가로 금투세 도입을 2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신동근 의원(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은 5일 보도 자료를 내고 원안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금투세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계속되며 피해는 금투 업계가 고스란히 뒤집어쓴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위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설명이다. 절세 포트폴리오 상담은 기본이고 상품 설계, 마케팅까지 ‘올스톱’됐다고 한다. 올 상반기만 해도 각 증권사들은 자산관리사업부 내에 세금센터를 신설하거나 금투세 포털 오픈, 금투세 도입으로 상대적 절세 효과가 부각되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마케팅 등을 활발하게 펼쳤지만 현재는 정치권의 결정만 나오기를 기다리는 게 전부라고 한다.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여야 정치권 모두 겉으로는 증시 활성화, 투자자 보호를 외치지만 아직까지 금투세 시행 시기를 확정하지 않아 투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세금을 고려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려면 적어도 1~2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투자협회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금투협은 현재 국회 여야 구성상 내년 금투세 시행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증권사와 협력해 전산 구축 속도를 높인다는 입장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전산 구축은 인력을 투입하고 밤을 새우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로 핵심이 아니다”라며 “회원사의 고충 사안을 정부·정치권에 전달해 금투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낮출 때인데 누구를 위한 금투협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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