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에 대한 ‘줄감사’에 착수한다. 고용부를 비롯해 산하 기관 30%가 동시 감사를 받는 데다 대상 기관장들 임기가 최대 3년까지 남아 있어 정권 교체 후 기관장 물갈이를 위한 표적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달 말까지 감사원 감사를 받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예비 조사가 끝나 각각 다음 주나 이달 말께 감사원 감사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잡월드의 경우 5년 만에 고용부 종합 감사를 받고 있다. 고용부 산하 기관 12곳 가운데 4곳이 같은 시기에 감사원과 상급 부처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공단 관계자는 “자료조사는 마쳤지만, 정식 감사 개시 통보는 아직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상적 감사로 보이나 고용부 안팎에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감사 주기가 3~5년인데 몇몇 기관의 경우 1~2년 만에 다시 감사 대상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인력공단이 감사원·고용부로부터 동시 감사를 받은 것은 세무사 시험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다. 안전보건공단도 2020년 이후 2년 만에 재감사가 이뤄진다. 4곳 기관장이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임명돼 최대 3년 가까이 임기가 남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안종주 안전공단 이사장의 경우 임기가 2025년 1월로 2년 3개월이나 남았다. 어수봉 인력공단 이사장, 조향현 장애인공단 이사장의 임기는 모두 2024년 3월까지다. 김영철 잡월드 이사장도 19개월 후인 2024년 7월 임기가 끝난다. 공교롭게도 강순희 이사장이 내년 2월 임기를 마치는 복지공단은 감사를 받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하 기관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있었던 기관장에 대한 지적과 정권 교체 초기임을 고려하면 의도성 있는 감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이 기관장인 폴리텍도 감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8월 고용부 업무 보고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안전공단·인력공단 운영 문제를 지적하며 안종주 이사장과 어수봉 이사장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만큼 물러나는 게 맞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앞서 한국도로공사가 감사원에 55개 공공기관의 고속도로 이용 내역을 제출한 사실을 공개했다. 55개 기관 중 87%인 48곳은 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 또는 임원이었다.
이번 감사원의 동시 감사는 17일 국회 환노위의 고용부 산하기관 국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환노위원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의 대통령 코드 맞추기식 감사로 오히려 국정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노동부 기관들까지 전(前) 정권 솎아내기 감사로 흔들어 일자리와 산업 안전 서비스 차질이 빚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