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삼성중공업에 6억 7200만 달러(약 9602억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했다. 수출입은행이 올해 들어 발행한 RG 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앞서 정부가 조선사 RG 한도 증액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은을 시작으로 지지부진했던 은행권의 RG 발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6일 수은 등 삼성중공업 채권단은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8척에 대한 RG 발급을 확정했다. 그동안 채권단은 빅3 조선소의 저가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와 2025년 이후 조선업 호황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에 RG 발급을 머뭇거렸다.
이번에 선박 한 척당 발행된 RG 금액은 8400만 달러. 총 8척에 대한 금액은 6억 7200만 달러다. RG 발급 만기일은 2024년 4분기부터 2026년 3분기까지다. RG 발급 대상인 운반선들은 2020년 6월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체결한 LNG 운반선 건조 슬롯 계약의 일환이다. 슬롯 계약은 신조(새 선박)용 도크를 미리 선점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카타르 정부는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 업체와 100척이 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계약 체결 후 올해부터 LNG 운반선 건조에 들어간다. 수은 관계자는 “카타르 LNG선 사업은 대규모 글로벌 사업의 일환으로 삼성중공업이 양질의 일감을 대량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정책적 지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은의 RG 발급이 은행권의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동안 RG 발급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중견 조선소인 대선조선도 1월 계약한 1000TEU급 피더 컨테이너선 3척에 대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난달 RG를 발급 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보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RG 발급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대형 조선사의 채권단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보다는 조선 업황이 좋아졌다고 보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도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