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아트센터 개관공연…강렬하고도 부드럽게 관객 홀린 완벽한 '합'

조성진, 라흐마니노프와 쇼팽 격정적인 연주로 관객들 열광
래틀 이끄는 LSO는 강렬하면서도 다채로운 사운드 선보여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3일 LG아트센터 서울 개관 기념 공연에서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서울

세계적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거장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가 13일 LG아트센터 서울의 개관 공연이라는 무게감에 걸맞은 멋진 연주를 선사했다. 조성진은 격정적 연주와 섬세한 전개를 오가며 화려하고도 정교한 테크닉에 기초한 연주로 공연장을 압도했고, 래틀의 LSO도 섬세한 합으로 관객들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조성진과 LSO는 이날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열린 개관 기념 공연에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했다. LSO가 첫 순서로 바그너의 오페라 중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을 들려준 후, 조성진이 13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라흐마니노프 만년의 걸작으로도 꼽히는 이 곡은 매우 격정적인 광시곡(랩소디) 분위기에 총 24개의 변주가 이어지는 피아노 협주곡이다. 조성진은 전반적으로 강렬하지만 변화무쌍한 분위기의 곡에서 적절한 완급 조절을 선보이면서 때로는 시적이고 부드럽게, 때로는 경쾌하고 강렬한 연주를 이어갔다. 거의 피아노와 한 몸으로 달라붙을 듯 허리를 숙인 채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래틀과 계속해서 교감하면서 오케스트라와 선율을 주고받는 호흡도 좋았다. LSO는 섬세하고도 웅장한 사운드로 조성진의 피아노를 뒷받침했다.


곡이 끝난 후, 조성진은 앵콜곡으로 쇼팽의 에튀드 Op.10 ‘혁명’을 들려줬다. 직전 곡의 분위기와 여세를 잇듯, 그는 평소 즐겨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을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래틀은 오케스트라 뒤편 하프 연주자 자리에 앉아서 연주를 지켜봤으며, 곡이 끝나자 힘차게 박수를 보냈다.



사이먼 래틀이 13일 LG아트센터 서울 개관 기념 공연에서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서울

LSO는 이 곡 외에도 하나의 악장으로만 구성된 특징이 있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7번 C장조와 라벨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무용시 ‘라 발스’를 들려줬다.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사운드에 열광한 관객들은 곡이 끝나자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래틀이 다시 지휘대로 올라와 “스트라빈스키, 피날레, 불새(the firebird)”를 외치자 관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래틀과 LSO는 앵콜곡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피날레에서도 멋진 연주를 선보였으며, 특히 곡 중간 극도로 세게 연주하다가 갑자기 피아니시시모(ppp·아주 여리게)로 변하는 대목에서 음 하나조차 놓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관객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들었고, 곡이 끝나자 1층 관객 거의 대부분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거장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다만 LG아트센터 서울의 클래식 공연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음향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공연장이 다목적으로 지어졌음을 고려하면 긍정적이지만, 아직 개장 초기다 보니 나무 반사판 등 각종 장비들이 적절하게 길들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부 피아노음이 살짝 뭉쳐서 들린다는 지적이 온라인상에서도 제기됐다. 가변음향장치(VABS)를 이용해 잔향을 조절할 수 있지만, 반향음보다는 직접 전달되는 소리가 더 두드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센터 측은 “래틀과 조성진 모두 음향에 만족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과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13일 LG아트센터 서울 개관 기념 공연에서 연주를 마친 후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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