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된 미국 인플레이션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공급망 붕괴의 여파로 치솟은 상품 가격이 물가를 끌어올리던 데서 벗어나 9월 들어서는 서비스 분야 가격이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급망 복원과는 무관하게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중 서비스 부문이 전년 동월 대비 6.7% 올라 상품 부문의 상승률(6.6%)를 웃돌았다.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상품을 앞지른 것은 물가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플레이션 주기에서는 줄곧 상품 가격이 물가 상승을 견인해왔다.
상품 부문 근원 CPI는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정점에 달했던 올 2월 12.3%까지 치솟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비스 부문은 지난해 1월 1.3%를 기록한 뒤 22개월 연속 상승했다. 9월 근원 서비스 CPI 상승률인 6.7%는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인플레이션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장기화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근원 CPI 상승분 가운데 서비스 부문이 차지한 비중은 올 초 50% 안팎에서 현재 74%로 확대됐다. 네이선 시츠 씨티그룹 글로벌최고이코노미스트는 “인력 수급 불균형과 임금 상승 압력, 서비스 물가가 골칫거리”라며 “상품 가격은 오름세가 꺾였지만 서비스 기반 물가 상승은 더 길게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 변이’로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고삐를 더욱 조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머스트피어폰트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1bp=0.01%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이라며 “이제 시장이 생각해야 할 다음 질문은 연준이 과연 12월 금리 인상 폭을 낮출 여력을 가졌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