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태양광 시장은 ‘오너 3세’ 기업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젊은 경영감각을 내세워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이 태양광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9) 한화솔루션(009830) 부회장은 최근 태양광·방산·항공우주 등 신사업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화솔루션이 갤러리아 등 리테일 사업 부문과 첨단 소재 부문 일부를 떼어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룹의 역량을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김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
당시 한화솔루션은 임시 이사회에서 갤러리아와 첨단 소재 부문의 일부 사업을 내년 3월까지 각각 인적·물적 분할해 한화갤러리아(가칭)와 한화첨단소재(가칭)를 세우기로 했다. 지난해 4월 한화갤러리아를 흡수 합병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자산 유동화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려는 포석이다. 한화솔루션은 이에 따라 기존 5개 사업 부문도 큐셀(태양광), 케미칼(기초 소재), 인사이트(한국 태양광 개발 사업) 등 3개 부문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올 8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직후 지체 없이 사업 구조를 조정하면서 미래 먹거리의 밑그림을 조직 전반에 제시한 셈이다. 태양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들해진 상황에서도 김 부회장은 7월 7617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뚝심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43세인 홍승희 법인장을 한화에너지의 첫 여성 임원으로 발탁하는 등 신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HD현대(267250) 수장에 오른 정기선(40) 사장도 태양광 사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그는 5월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분야로 친환경·디지털 전환을 꼽고 친환경 연구개발(R&D) 분야에 향후 5년간 7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태양광 모듈 생산 업체인 현대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그룹의 또 다른 주축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재계에서는 정 사장이 태양광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차기 그룹 총수 자리까지 꿰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인적으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정 사장과 김 부회장이 태양광 사업 분야에서도 협력·경쟁하는 관계로 성장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OCI(010060)도 3세 경영인인 이우현(54) 부회장의 지휘로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한때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국내 생산을 접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OCI의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은 이 부회장의 효율적 경영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에 이미 626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 상반기 복합 위기의 와중에도 34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2134억 원)보다도 60.8%나 증가한 수준이다. 이 부회장은 2009년 OCI 대표이사를 거쳐 201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은 전형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사업인 만큼 젊은 경영인의 감각이 필수적”이라며 “세계 시장을 고려한 사업이라 3세 경영자들끼리 협력할 여지도 많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