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불 지르고 “잘 탄다” 박수 친 50대 남성…징역형

서울 동부지법. 김남명 기자

주택이 밀집한 동네에서 건물에 불을 지른 뒤 화재 현장을 바라보며 손뼉 친 5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 이종채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 방화,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홍 모(57) 씨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홍 씨는 지난 3월 25일 새벽 4시 25분쯤 자신의 거주지인 서울 성동구의 주택 건물 301호에서 안방에 있던 의류와 이불 등을 쌓아놓고 그 곳에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단 몇 분만에 불길이 크게 번지면서 301호와 302호는 전소됐고, 인접한 주택 건물도 불에 탔다. 이 화재로 건물 수리비 등 약 42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홍 씨의 옆 집이었던 302호는 당시 아무도 살지 않았고, 건물 내부에 있던 이웃 주민 등이 빠르게 대피하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에 대해 홍 씨는 재판에서 “수면제를 먹고 담배를 피우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방에 불이나 있었던 것일 뿐, 고의로 불을 지른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목격자 증언 등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홍 씨가 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 맞다고 봤다.


목격자에 따르면 홍 씨는 당시 건물 밖에서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고 “잘 탄다”고 손뼉을 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현장에 있었던 경찰도 홍 씨의 얼굴이나 옷 및 신체 부위에서 불에 덴 상처나 그을음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사건 당일 홍 씨네 집에서 반쯤 열린 지포라이터가 발견된 점, 자신의 집이 불에 타고 있는 상황에서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다가 오히려 현장을 이탈한 점 등도 홍 씨가 고의로 불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홍 씨의 집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만일 이 사건 화재가 조기에 발견돼 주민 대피 및 진화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상 손해를 초래할 위험이 컸다”면서도 “홍 씨는 망상형 조현병 진단을 받아 행정 입원을 했던 적이 있고 이 정신 질환이 이 사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