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BLACKPINK)가 K팝을 대표하는 걸그룹의 위상을 제대로 입증했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히트곡 향연, 수준급 무대 매너는 블랙핑크에게 빠지기 충분했다.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블랙핑크(지수, 제니, 로제, 리사)의 단독 콘서트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 서울(BLACKPINK WORLD TOUR BORN PINK SEOUL)’가 개최됐다. 양일간 진행되는 공연 중 마지막 날이다.
이번 공연은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서막을 알리는 것으로, 4년 만에 여는 오프라인 공연이기도 하다. 이들은 역대 K팝 걸그룹 최대 규모의 150만 명 관객을 동원한다. 전석 매진된 서울 공연은 코로나19 시국에 맞춰 스탠딩을 전석 좌석으로 마련해 양일 총 2만 명이 채워졌다.
이날 공연장 앞은 글로벌 팬들이 돋보였다. 공연장 앞에 빼곡한 팬들의 공통점은 블랙과 핑크로 드레스 코드를 맞춘 것. 다양한 국적의 팬들은 블랙핑크로 하나가 됐다. 이들은 포토월과 공연장 앞 현수막 등을 배경으로 인증숏을 남기는 데 열중했다.
블랙핑크는 서울 공연을 마치고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지에서 전 세계 블링크(팬덤명)를 만난다. 특히 북미 공연은 추가 일정 문의가 쇄도해 3회를 추가해 오는 25일·26일 댈러스를 시작으로 휴스턴, 애틀랜타, 해밀턴, 시카고, 뉴어크, LA 등 총 7개 도시 14회 진행된다.
팬데믹로 인해 온라인 공연만 진행해 오던 블랙핑크는 4년 만에 팬들과 호흡하는 공연을 준비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들은 콘서트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세트리스트 구성까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고. 이들이 선택한 오프닝 곡은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을 비롯한 ‘프리티 새비지(Pretty Savage)’ ‘휘파람’. 리프트를 이용해 등장한 이들은 단독으로 무대를 꾸미다가 댄서들과 군무를 추며 웅장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T자 형태 돌출 스테이지를 적극 활용하며 팬들과 더 가까이에서 마주했다.
매 무대마다 팬들의 열정도 넘쳤다. 자유롭게 함성과 응원이 가능한 공연에 그동안 묵혀온 것들을 털어냈다. 로제는 팬들의 응원 소리에 “확실히 어제보다 우리도 블링크도 몸이 풀린 것 같다”며 놀라기도 했다. 제니 역시 “서울에서 콘서트를 하니까 기분이 새롭고 힘이 나는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지수는 “블링크가 일어나고 싶은 것 같다. 용감하게 일어나면 우리는 더 좋다”며 “눈치 보지 말라”고 팬들의 기립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몸을 흔들며 무대를 즐겼다.
블랙핑크의 공연에 최정상 스태프들도 나섰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두아 리파, 차일디시 감비노 등의 공연을 탄생시켰던 스태프들이 디자인, 세트, 영상 등 전방위적으로 힘을 보탰다. 여기에 오랫동안 YG와 합을 맞춰온 베테랑 국내 제작진도 의기투합했다.
밴드 라이브는 블랙핑크 공연의 백미다. 최정상급 세션이 합류해 ‘돈트 노우 왓 투 두(Don’t Know What To Do)’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크레이지 오버 유(Crazy Over You)’ ‘불장난’ 등 히트곡을 함께했다.
블랙핑크는 이번 월드투어에서 정규 2집 수록곡 무대를 최초로 공개했다. 월드투어명과 동명의 정규 2집 ‘본 핑크’는 미국 빌보드 200 차트 1위, 초동 154만 장 등 K팝 걸그룹 최초 최고 기록을 세운 명반이다. 이들은 ‘핑크 베놈(Pink Venom)’ ’셧 다운(Shut Down)’을 비롯해 ‘톨리(Tally)’ ’타이파 걸(Type Girl)’ 등을 선보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각양각색 솔로 무대도 빠지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제니의 미공개 신곡 무대. 제목은 ‘유 앤 미(You & Me)’로 후렴구에서 제니의 음색이 돋보이고 남자 댄서와 듀엣 퍼포먼스가 특징이다. 제니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준비했다. 앞으로 콘서트에서 쭉 할 것”이라며 “손동작으로 하는 퍼포먼스를 연습하면서 ‘보는 분들이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했는데 리허설하면서 멤버들이 힘을 줬다”고 밝혔다. 로제는 “난 그 부분 보려고 리허설 때보다 무대를 꼭 본다”고 힘을 실었다.
멤버 중 유일하게 솔로 앨범을 발표하지 않은 지수는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의 ‘라이어(Liar)’를 선곡했다. 레드 의상을 입고 댄서들과 등장한 지수는 매력적인 중저음의 보이스와 파워풀한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멤버들은 지수를 보고 “섹시하다”고 연신 외치기도.
솔로 가수로서 큰 획을 그은 로제와 리사는 본인의 솔로곡 무대를 선보였다. 로제는 풍부한 성량과 보컬로 ‘하드 투 러브(Hard to Love)’ ‘온 더 그라운드(On The Ground)’ 무대를, 리사는 깜짝 폴댄스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라리사(LALISA)’ ‘머니(MONEY)’ 무대를 펼치며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날의 엔딩곡은 블랙핑크의 대표곡인 ‘뚜두뚜두(DDu-DU DDU-DU)’와 ‘포에버 영(Forever Young)’ ‘붐바야’였다. 암전이 된 뒤 팬들은 ‘어둠이 찾아와도 분홍빛으로 밝혀줄게’라고 적혀있는 슬로건을 들고 ‘스테이(Stay)’ 떼창을 부르며 다시 블랙핑크를 기다렸다. 이에 블랙핑크는 앙코르곡으로 ‘마지막처럼’ ‘예 예 예(Yeah Yeah Yeah)’ ‘스테이’를 선보이며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