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없이 한약재·약침으로 척추관협착증 치료…'천수근' 작동 비밀 풀었다

자생한방병원, 청파전의 척추관협착증 치료기전 최초 규명
세포실험 결과 철축적 억제…척수세포 회복·신경돌기 성장 촉진
척추관협착증 유도 동물실험서 염증·통증 억제…운동능력 개선 효과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퇴행으로 인해 주변 인대가 비대해지면서 염증이 생기고 척추 중앙의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미지투데이


자생한방병원은 홍진영 척추관절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한약재인 천수근의 세포 보호 및 운동능력 개선 효과를 확인하고 척추관협착증 치료 기전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척추관협착증은 고령층에서 허리디스크만큼 흔한 퇴행성 질환이다. 척추 퇴행으로 인해 주변 인대가 비대해지면서 염증이 생기고 척추 중앙의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한의학에서는 척추관협증 환자에게 시술 또는 수술 대신 ‘청파전H’이라 불리는 한약 처방과 신바로 약침을 병행하고 있다. 청파전과 신바로 약침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핵심 성분이 바로 ‘천수근(학명 하르파고피툼근)’이다.


‘악마의 발톱’이라고도 불리는 천수근은 염증 및 통증을 억제하고 뼈를 강화하는 효과가 뛰어나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척추질환 치료에 활용되어 왔다. 다만 어떤 기전을 통해 척추관협착증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에서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천수근의 신경 보호 효과 및 기전을 밝혀낸 것이다.



실리콘 이식 부위에 집중됐던 염증성 대식세포가 천수근에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했다.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은 쥐의 척수세포를 분리 배양하고 황산철(FeSO₄)을 이용해 철 축적과 세포 사멸을 유발한 다음 천수근을 3가지 농도(50·100·200 μg/mL)로 처리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철 축적이 억제되면서 사멸되거나 신경돌기가 끊어졌던 세포들이 천수근의 농도에 비례해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천수근이 세포 내 항산화 반응을 조절하는 Nrf2(Nuclear factor erythroid-2-related factor 2) 대사를 활성화해 신경돌기의 회복을 촉진하는 것을 확인했다. 형광 염색된 세포를 공초점(confocal) 현미경으로 세포 내부까지 관찰한 결과 철에 의해 감소했던 Nrf2가 천수근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제작해 특허 등록한 척추관협착증 동물 모델을 이용해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기존 척추관협착증 동물실험 모델의 경우 중증도가 비균일하거나 증상이 일관되게 지속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쥐의 요추 5번(L5)을 제거한 후 생체 실리콘을 삽입해 인위적으로 척추관협착증을 유도했다. 그 뒤 실리콘 경도에 따라 신경 손상 정도와 중증도를 제어하며 척수조직의 염증 정도를 살펴봤다.



철 처리로 인해 사멸됐던 척수세포가 천수근의 농도에 비례해 회복됐다.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실험 결과, 실리콘 이식 부위에 집중됐던 염증성 대식세포가 천수근 투여 후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대식세포의 감소는 신경 및 조직 손상에 의한 염증 반응 억제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동물모델을 이용해 매주 3cm 간격의 사다리를 걷게 하는 검사를 실시하고 발 빠짐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천수근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발 빠짐 비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천수근의 운동능력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홍진영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청파전H와 신바로3 약침의 주요 약재인 천수근의 척추관협착증 치료 기전을 밝힌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척추관협착증 뿐 아니라 각종 척추질환에도 천수근을 활용한 한의 치료법이 유효한 선택지로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 홍진영 선임연구원.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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