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기시다 총리가 이날 시작되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가 총리에 취임한 뒤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기시다 총리와 함께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도 마사카키를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 화분을 일컫는다.
기시다 총리는 18일까지 열리는 추계 예대제에서 참배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추계 예대제와 올해 4월 춘계 예대제, 8월 15일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다만 패전일에는 ‘자민당 총재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공물을 봉납했으며, 개인 돈으로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요금을 냈다.
오는 18일에는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집단 참배할 예정이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는 극동 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를 비롯한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14명도 포함돼 있다.
야스쿠니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만큼 기시다 총리가 봉납을 통해 군비 확충의 의지를 한층 강조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앞서 일본 방위성은 내년 방위예산으로 올해 5조4000억엔(약 52조5000억원)보다 1000억엔(약 9731억원) 더 늘어난 5조5000억엔(약 53조5000억원)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또 일본은 방위예산을 향후 5년에 걸쳐 두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외신들은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일본의 군비지출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로 올라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