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시장침체 이어지자…IPO 대어들 내년으로 상장 늦춘다

아이지에이웍스, 예심신청 장고
컬리·케뱅도 올 포기 가능성 커
시장 어려워 내년도 만만찮을듯



연내 증시 입성이 예상됐던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들의 상장 시점이 일제히 내년으로 밀리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에 자본시장의 침체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아 IPO 업계는 사실상 올해 신규 상장은 일찌감치 손을 뗀 모습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 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신청서를 제출할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아이지에이웍스가) 내년에나 상장 심사 신청서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지에이웍스는 IPO 과정에서 2조 원 안팎의 기업 가치가 기대된 빅데이터 부문 유니콘 기업이다. 8월 회사가 공식적으로 “10월 중 예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혀 올해 증시의 마지막 대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아이지에이웍스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2% 증가한 1810억 원을 기록하고 흑자 전환에도 성공해 IPO 시장에서는 ‘상장을 해볼 만하다’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지난달 2차전지 분리막 업체인 더블유씨피(393890)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 실패하면서 아이지에이웍스도 IPO 시점을 두고 보수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주요 공모주로 꼽힌 컬리·케이뱅크의 목표 상장 시점도 내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컬리는 8월 말, 케이뱅크는 지난달 20일 각각 거래소의 상장 예심을 통과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언제 공모를 시작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리 급등과 지수 하락이 맞물려 IPO 과정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IB 업계는 두 기업이 3분기 실적을 반영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을 실시해 내년에 상장을 마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증시 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 이들 회사의 IPO 완주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는 실정이다.


회사 측의 몸값 기대치와 시장 눈높이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지난해 말 4조 원 수준의 몸값에 투자를 받은 컬리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 원대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앵커PE 등 컬리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IPO 과정에서 산정된 기업가치에 불만이 생기면 상장 철회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323410) 등 비교 기업들의 주가가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다른 IPO 대어들도 증시 데뷔 목표 시점을 내년으로 잡으며 시장에서 발을 뺐지만 내년이라고 상장 작업이 순항할지도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상장 예비 심사 승인 효력이 남아 있는 내년 3월 내 IPO를 재추진할 수 있다고 시사했지만 ‘쪼개기 상장 논란’이나 ‘몸값 고평가 논란’ 등 회사를 둘러싼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고는 증시 입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조~2조 원 수준의 몸값이 거론되는 골프존(215000)카운티도 내년 초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점쳐지나 계열사인 골프존커머스가 13일 저조한 수요예측 실적으로 상장을 철회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골프존커머스와 마찬가지로 주요 주주의 구주매출과 국내 골프 산업의 역성장 우려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 초만 해도 SK쉴더스·원스토어 등 자회사를 잇달아 증시에 올리려 했던 SK스퀘어(402340) 역시 IPO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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