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작가와 '함께'…사립미술관이 사는 법

◆헬로우뮤지움 '아트성수'
인근 갤러리 11곳과 연합 미술제
관객 다양성 시도해 '지역 브랜딩'
◆토탈미술관 '서포트…' 전시
매년 유명 예술인 기부 작품 선봬
발전기금 마련-작가 발굴 선순환

어린이전문 사립미술관 헬로우뮤지움이 주최하고 성수동 11곳 미술기관이 함께 한 '아트성수'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제공=헬로우뮤지움

‘한국의 브루클린’이 된 성동구 성수동은 종로구 삼청동·인사동, 용산구 한남동과 더불어 대표적인 미술관·갤러리 밀집 지역이다. 지난 주말 이곳에서 미술관 에듀케이터의 안내로 인근 갤러리 3~4곳을 걸어서 90분간 돌며 작품을 감상하는 ‘·아트투어’가 진행됐다. 지난 2019년 성수동으로 이전한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전문 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이 주축돼 인근 갤러리 11곳을 묶어 20일까지 진행하는 연합 미술제 ‘아트 성수’의 일환이다.


오전 아트투어는 헬로우뮤지움에서 출발해 서울숲 세라믹 스튜디오에 들른 후, MZ세대 작가 콰야의 개인전이 한창인 아뜰리에 아키를 지나 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 에토레 소트사스의 작품전이 열리는 더페이지갤러리로 향했다. 오후 투어는 김영진 작가의 ‘노랑 미학’을 펼쳐놓은 CDA와 콜라보레이션 전문 갤러리 콜라스트, 출판사도 운영하는 갤러리R로 진행됐다. 13일 ‘아트성수’ 개막식에서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펼친 간지(GANZ) 작가가 전시중인 갤러리 앵포르멜, ‘붉은 산수’로 유명한 이세현의 작품을 선보인 갤러리구조, 낡은 주택을 개조한 갤러리 까비넷, 최병소·제여란·박기원을 ‘검은,흰’이라는 제목으로 엮은 아트프로젝트CO로 마지막 투어가 이어졌다. 성수동 전역을 아우르지만 반경 2㎞ 이내라 걷기 편한 거리다. 미술관에서는 윤진섭 예술감독이 기획한 참여 갤러리 11곳의 대표작 전시가 열리고 있다.



13일 개막해 20일까지 성동구 성수동 헬로우뮤지움에서 열리는 연합전시 ‘아트성수’ 전경. /사진제공=헬로우뮤지움

13일 성동구 성수동 헬로우뮤지움에서 열린 지역미술제 '아트성수' 개막식에서 작가 간지(GANZ)가 라이브페인팅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헬로우뮤지움


성동구와 함께 이번 ‘아트 성수’를 주최한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관장은 “지역 콘텐츠와 미술관 운영을 접목하는 ‘에코미술관’이 되고자 한다”면서 “성수동 유입인구의 다양성·확장성을 시도해 지역 브랜딩으로 연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지난 2017년 국제박물관포럼에서 지역 문화와 미술관이 상생하는 ‘동네미술관’ 개념을 발표했고, 당시 국제 전문가들이 이를 1971년 창안된 ‘에코미술관’이라는 용어로 명명했다.


미술관은 작품 거래로 수익을 얻는 갤러리와 달리 비영리 기관이다. 기업 문화재단을 배경으로 두지 않은 사립미술관의 경우, 사비를 쏟아붓고도 재정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미술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법을 찾는 이유다. 헬로우뮤지움이 지역 미술계와의 ‘상생’을 추구한다면, 우리나라 제1호 등록 사립미술관인 평창동 토탈미술관은 작가들과의 ‘공생’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김도균 등 국내 미술가 80명과 건축가, 해외작가 등이 토탈미술관을 위해 참여한 기금마련 후원전 ‘토탈 서포트’ 전시 전경. /조상인기자

지난 12일 토탈미술관에서는 미술관 기금 마련을 위해 유명 예술인들이 재능기부에 나선 ‘토탈 서포트 포 토탈뮤지엄’ 전시가 개막했다. 매년 이맘때면 단 일주일간 기부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후원전이 열린다. 12년째인 올해는 국내 미술가 80명과 건축가 9명, 가나아트센터·박여숙화랑·누크갤러리 등 8개 기관이 참여했다. 강서구 스페이스K 회고전을 앞둔 제여란의 최근작,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이 한창인 홍순명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작고 작가 변종하·송수남·이승조·이두식을 비롯해 최근 별세한 김태호의 유작 앞에서는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조병수·최욱·장윤규 등 유명 건축가들은 드로잉과 작은 작품들을, 문형민과 이동재 작가는 최신작을 내놓았다. 노상균·안규철·이승택·정창섭 등 유명작가들의 귀한 작품을 20~3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유명 건축가들과 국내외 미술가 등이 토탈미술관을 위해 참여한 기금마련 후원전 ‘토탈 서포트’ 전시 전경.

국내 미술가 80명과 건축가, 해외작가 등이 토탈미술관을 위해 참여한 기금마련 후원전 ‘토탈 서포트’ 전시 전경.

1976년 개관한 토탈미술관은 ‘토탈미술상’을 제정해 유망한 신진·중진 작가들을 발굴, 후원하며 한국 현대미술 발전을 이끌었다. 지원 받은 신진작가들이 성장한 후 발전기금을 조성해 다시 미술관을 후원하는 선순환 사례는 미국 휘트니미술관 등 해외에서는 흔하다.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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