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무 중요"…혁신막는 독과점 수술대 오를듯

■힘 실리는 플랫폼 규제
블랙아웃으로 국민생활 마비되며
계열사 134개 독과점 부작용 체감
공정위 '시장지배 지위 남용' 조사
전문가들도 "독점 막을 규제 필요"

카카오를 향한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지난 주말 카카오 블랙아웃(서비스 마비)을 일으킨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에서 비롯된 ‘나비효과’다.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의 독과점 실태를 정치권과 국민이 실감한 것이다. 블랙아웃과 무관하게 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던 전문가들이 다수 있는 만큼 향후 당국의 규제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주요 서비스 9종의 이용자 수는 합산 2억 1300만 명에 달한다. 주요 서비스 가입자를 보면 메신저(카카오톡)가 4300만 명에 달하고 이어 교통(카카오T) 3200만 명, 선물하기 2000만 명, 인증서 3500만 명 등이다. 이 밖에도 △지도·내비게이션(카카오맵+카카오내비) 1400만 명 △웹툰·웹소설(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600만 명 △음원 스트리밍(멜론) 700만 명 △간편결제·송금(카카오페이) 3700만 명 △뱅킹(카카오뱅크) 1900만 명 등이다.


중복을 포함하면 카카오는 총 2억 1300만 명이 의존하는 플랫폼을 거느리게 된 것이다.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이용자 수를 합치면 그 규모는 더 크다. 업계 추산 80~90%의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톡과 카카오T(택시 호출 등 서비스), 역시 점유율 84.5%(2020년 공정위 집계)로 압도적 시장 1위로 올라선 선물하기 서비스를 포함해 주요 서비스 상당수가 독과점 지위를 누리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방적인 택시 호출료 인상, 택시 콜(호출) 몰아주기 논란 등 독과점 문제로 이어지며 카카오를 규제 1순위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었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장은 “블랙아웃 이슈와 별개로 대형 플랫폼은 판매자·창작자 등 입점 사업자와 플랫폼 종사자를 상대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이른바 갑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며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데 이보다 강도를 줄이더라도 서둘러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아웃을 계기로 정치권도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기업의) 자율과 창의의 힘을 존중한다”면서도 “시장 질서가 왜곡되고 폐해가 발생된다면 국가가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카카오 같은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규제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윤 대통령은 법적인 규제 대신 기업이 자율적인 플랫폼 폐해를 예방하는 ‘자율 규제’ 체제 도입을 국정과제에 담고 정부 차원에서 네이버·카카오 등 업계와 관련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를 겨냥해 “정부는 기업의 책임 방기에 선을 긋는다. 온라인 플랫폼의 원활한 운용과 리스크 대응 태세가 갖춰져야 국민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며 “대통령이 카카오를 사실상의 국가기간통신망이라고 부른 것도 4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 대한민국 거의 모든 국민의 민생에 깊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과점 플랫폼 기업이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공정위의 온플법 등 플랫폼 규제 추진에도 다시 힘이 실릴지 관심이다. 윤 정부의 첫 공정위원장인 한기정 위원장도 7일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온플법 제정에 합의하면 반대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표준 계약서 교부 의무화와 입점 업체에 대한 구매 강제, 경영 간섭 규제 등을 골자로 한다. 검색·추천 등 콘텐츠의 노출 방식과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디지털플랫폼 발전과 이용자보호법(플랫폼이용자법)’ 역시 함께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콜(호출) 몰아주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저작권 갑질’ 등 카카오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건에 대해서는 조만간 날짜를 잡아 (제재를 위한) 위원회 심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 만큼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고강도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과방위 차원에서도 규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랐다. 블랙아웃과 관련해 이날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함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책임자(GIO)가 24일 열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블랙아웃의 배경에 플랫폼 독과점이 있다고 당국이 바라보는 만큼 관련 지적 역시 국감 당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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