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청문회 된 국교위 첫 국감…국정교과서·식민사관 등 '역사관' 도마

출범 20일 만에 첫 국정감사
이배용 위원장 역사관 집중 질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신념 접어"
"다양한 의견 조화롭게 논의"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첫 국정감사가 17일 실시됐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이배용 초대 국교위원장의 역사관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임명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전력과 관련해선 다시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으나,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과 전력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위원장은 국정교과서에 대해 가장 앞장서서 활동했다"며 "과거 대한민국 역사관 초대 관장 공모에 응모했다가 균형 잡힌 역사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합격 처리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이 위원장은 "당시에는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신념을 확실히 접었느냐'고 재차 묻자 이 위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당인 문정복 의원은 이날 '우리가 근대화에 실패한 것은 준비 없이 근대화의 흐름에 따라 밀려왔기 때문'이라는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면서 "전형적인 친일 식민 사관"이라며 “조선은 자력으로 근대화가 불가능하니 일본이 시혜를 베풀었다는 뜻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2013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맡던 시기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지칭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사학자로서 박정희 정부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고 하자 이 위원장은 “어떤 인물은 한 단면뿐만 아니라 전체적 맥락에서 공과 과가 있다”며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로 인해서 번영한 것에 대해서는 다 동의하지 않느냐. 그 다음에 당연히 그늘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이 어떤 그림자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잘 아시잖아요"라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여당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친일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물으며 이 위원장의 역사관을 검증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답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권 의원은 "오늘 역사학자로 이 자리에 앉은 게 아니다"라며 “관련 발언은 명백히 ‘정체성론’에 입각한 것인데 이와 관련된 견해를 밝히지도 못하면서 국교위원장으로 우리 역사를 어떻게 가르치겠냐”고 지적했다.


다만 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선 정당성을 주장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역사교과서가 이념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2013년에는 좌파 단체들이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 미화라며 교과서 채택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면서 "정부가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에서 여러 검정교과서 중의 하나로 국정교과서를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국교위 구성 위원들의 정치 편향성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추천 기관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경륜이나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모였고 국가교육에는 정쟁의 입장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다 같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지사지 헤아리면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조화롭게 논의 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심도 있게 토론해 나가겠다"며 "무엇보다도 현장과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교위는 국가의 중장기 교육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다. 대통령, 국회, 교원단체 등의 추천으로 위원장을 포함한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지난달 27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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