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빚 줄이는 재정정책 펴라는 한은의 경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 정책의 초점을 나랏빚 줄이기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동행한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재정 정책이 통화정책 효과를 상쇄하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면서 “부채는 지금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 물가를 자극하는 돈 풀기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2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싸우는 상황에서 각국은 정부 지출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우리나라 살림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은 36%에서 50%가량으로 치솟았다. 공기업 부채와 연금 충당 부채 등을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D4)는 2024년에 GDP 대비 130%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IMF도 최근 한국의 국가부채 부담이 향후 5년간 선진 35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빨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 적자로 국가부채는 더 늘어나고 물가는 폭등하는데도 여야는 포퓰리즘 경쟁을 멈추지 않고 역주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매년 남아도는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마다 쌀 매입에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기게 된다. 민주당은 또 기초연금을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려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무리한 대선 공약인 ‘병사 월급 200만 원’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단물을 뿌리는 선심 정책 경쟁을 중단하고 강도 높은 재정 준칙 법제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