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캠핑 산업 발전 어디까지?[김광수의 中心잡기]



한국에 캠핑이 자리 잡은 게 10여년 남짓으로 볼 수 있죠. 흔히 캠핑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가 3만 달러는 돼야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적어도 2만 달러 중반에 캠핑족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고작 2020년에야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섰는데 벌써부터 캠핑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이달 초 중국은 일주일간의 국경절 황금연휴였습니다. 예년 같으면 전국의 주요 관광지에 엄청난 여행 인파가 몰렸을 겁니다.


물론 올해도 일부 관광지는 몰려든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습니다만 최근 개막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이 강화돼 평년에 비해 여행 수요가 크게 줄었습니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를 놓치게 된 많은 중국인들이 대안으로 삼은 것이 캠핑입니다.



국경절 연휴 여행 대신 캠핑 선택한 중국인

온라인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플랫폼 딩둥마이차이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초반 3일(10월 1~3일) 동안 주문량이 전주 대비 500% 이상 늘었습니다. 과일, 요거트, 커피, 바비큐 등을 주로 주문했고 주차장, 차박 캠프, 캠핑 사이트 등에서 주문을 많이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종이 타월, 바비큐 장비, 젓가락, 알루미늄 포일 등의 판매도 연간 기준 300% 이상 판매가 늘었습니다.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 각지의 캠핑장은 이미 만원을 이뤘습니다. 베이징에 500개 넘는 중대형 캠핑장은 하룻밤 이용료가 2300위안, 우리돈 46만원에 달했지만 연휴 2주 전에 이미 예약이 마감됐습니다. 늘어난 캠핑족들과 코로나19 방역이 강화돼 외지 여행을 못간 중국인들이 캠핑장으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소득 증가로 레저 생활에 여유 생겨

소득 수준의 증가도 캠핑을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적어도 2만달러는 훌쩍 넘어야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 1만2359달러입니다.


중국은 인구 14억 명에 도농간 빈부격차는 아주 큽니다. 주요 대도시만으로 한정하면 1인당 국민소득의 규모가 달라지죠. 베이징은 2021년 1인당 GDP가 2만8900달러로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상하이가 2만7200달러, 선전도 2만7000달러나 됩니다. 광둥성 주하이와 광저우, 장쑤성 우시와 쑤저우, 저장성 닝보와 항저우 등도 1인당 3만 달러를 수년 내에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여가활동에 쓰는 돈도 그만큼 늘어났겠죠. 1인당 가처분소득이 2013년 1만8311위안에서 2020년 3만2189위안으로 76%나 증가했고, 평균소비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만3220위안에서 2만1210위안으로 60.4% 늘었습니다. 중국인은 소비 항목 중에 이 중 10% 가량을 교육, 문화, 오락 등의 카테고리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캠핑족 증가의 촉매 역할

무엇보다 최근 중국의 캠핑 인기를 높인 원인은 코로나19입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여행지나 실내 공간을 기피하면서 캠핑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용후이마트에 따르면 작년 국경절에도 캠핑과 바비큐 도구의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늘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중국 티볼에 따르면 차량용 밥솥 판매가 20% 가량 증가하고 수입 캠핑용품도 전년 대비 130% 급증했다고 합니다.


캠핑 관련 신규 등록 기업 수도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기 시작했습니다. 캠핑 관련 신규 등록 기업은 2019년 2877개에서 2020년 8713개로 늘어 2020년이 중국 캠핑이 대중화 된 원년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21년에는 9월까지 1만5000개의 캠핑 관련 기업이 새롭게 등록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작년 9월 현재 총 3만2000여개의 캠핑산업 관련 회사 중에 60%가 2020년 이후 설립됐을 정도라고 합니다.



정부의 육성과 젊은 캠핑족의 확산

캠핑 산업이 발전하기까지 정부의 역할도 작용했습니다. 캠핑장을 만들고, 캠핑장까지 가기 위한 도로나 교통시설 등의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와 관련 2015-2017년 중국 정부가 내놓은 여러 정책이 캠핑 산업 발전에 촉매제가 됐습니다. 2015년 10월에 '레저캠핑지 건설 및 서비스 규범'이 나와 캠핑장에 관한 기본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이어 국토 계획, 교통 계획 등이 캠핑 산업 개발을 촉진시키고 있는데요.


다쉐컨설팅에 따르면 정부 정책에 힘입어 중국 내 캠핑장은 2016년 958곳에서 2019년 1778곳까지 늘어났다고 합니다.(다쉐컨설팅)



젊은 세대들의 유입이 중국 캠핑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30~40대 남성이 캠핑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연령대가 젊어지고 여성으로도 이용자들이 확대됐습니다. 우선 연령대를 보면 90허우, 95허우 등 젊은층과 80허우 부모 세대가 캠핑 여행의 새로운 주력 소비군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는 SNS를 이용해 자신들의 캠핑 활동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눕니다.


캠핑 용품 구매자를 성별로 구분하면 최근 발표에서 여성이 약 73%로 남성을 크게 앞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캠핑산업의 급속 발전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이후 중국의 경제가 크게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캠핑 산업의 발전은 실로 엄청납니다.


매년 꾸준히 성장해온 중국 캠핑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이후 성장에 가속도가 붙습니다. 중국 캠핑 산업규모는 2020년 460억 위안에서 2021년 747억5000만 위안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1134억7000만 위안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어 2025년에는 2483억2000만위안까지 성장해 5년 만에 5배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캠핑용품 판매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타오바오라이브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캠핑용품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고, 1인당 구매액도 34%나 늘었습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이 4월 20일부터 5월 4일까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늘막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100% 급증했고, 캠핑 카트 매출은 1400%, 캠핑 커피 드리퍼는 460%, 캠핑 테이블·의자류 매출도 400% 증가했다.


2017년 244억 위안이던 중국 캠핑용품 시장규모는 올해 324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캠핑을 할 때 주로 챙기는 물건을 보면 텐트, 방습매트, 침낭 등을 10명 중 7명이 답했습니다. 이어 조명, 방풍로프, 에어 매트리스, 접이식 의자, 조리도구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목할 만한 캠핑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주목할 캠핑용품 관련 기업을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의 캠핑 열풍에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일본 최상위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2020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덴마크 노르디스크, 미국의 CHUMS 등도 지난해 중국 시장에 상륙했습니다.


한국의 코오롱스포츠는 중국 1위 스포츠 브랜드 안타와 합작사로 중국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중국 캠핑족들은 초기에는 스노우피크, 코오롱스포츠 등 고가의 해외 브랜드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로컬 브랜드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모비가든, 네이처하이크 등이 중국 중고가 브랜드로 시장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모비가든은 해외 캠핑용품 브랜드의 위탁가공 업체로 시작했다가 2006년부터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올해 1분기 티몰 플랫폼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165% 증가한 3500만위안으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텐트, 침낭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네이처하이크는 2010년 설립돼 매년 4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중저가 브랜드로 프랑스의 데카트론과 중국의 토레드 역시 캠핑 입문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대도시를 중심으로 초기 단계인 중국의 캠핑산업은 무한한 발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국내 브랜드의 진출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