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넘치는 M&A 자금 향방은

■변동범 EY한영 EY-파르테논 부문장

변동범 EY한영 EY-파르테논 부문장

올해는 인수합병(M&A) 시장이 최대 활황을 보였던 2021년에 비해 시장의 열기가 상대적으로 주춤한 모습이다. 지정학적 긴장감, 유동성 감소, 인플레이션, 환율 등 올해 들어 부각된 대외 불확실성 요소들은 실물경제뿐 아니라 경영권 거래 시장의 흐름에도 하방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이런 정체기가 마냥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매물이 누적되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잠재적 매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 조율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 ‘파이어세일(급매) 찬스’ 또는 ‘연말 반등론’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2021년은 지역을 막론하고 M&A 시장이 전례 없는 활황을 보인 특수한 해였다. EY의 M&A 집계에 따르면 2021년 통틀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총 1680건의 M&A가 성사됐고 조달 금액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4710억 달러, 5780억 달러에 달했다. 이에 비해서 올해 상반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M&A는 총 648건, 조달 금액으로는 4030억 달러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14% 감소했다.


하지만 2021년이라는 특수를 걷어내고 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M&A 시장 규모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와 비교해서는 2022년 상반기 M&A 건수는 29% 늘어나고 조달 금액은 85% 급증했다. 팬데믹 이전의 M&A 시장 주기인 2015~2019년 기간의 평균과 견줘봐도 조달 금액은 약 6% 증가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주요국들이 변화하는 시장의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해 산업 재편을 본격화하고 해당 기업들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면서 다시금 M&A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상반기 동안 행방을 찾지 못한 사모펀드들의 미소진 자금(드라이파우더)이 여전히 시장에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Y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7월을 기준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소진 자금 총액은 4552억 달러에 달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향후 전망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에 금리와 환율 등 리스크로 3분기 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빅딜’이 보이지 않았으며 현재 시중의 조 원 단위 매물들은 한 차례 경영권 거래가 무산됐거나 향후 향방이 뚜렷하지 않은 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정체기의 끝에 이뤄지는 첫 빅딜은 시장의 여유자금 및 원매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다시 M&A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투자자들에게는 메가딜을 운용할 수 있는 초대형 펀드를 조성하고 사업 모델 혁신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을 것을 권고한다. 한편 매도하는 입장의 기업들은 경쟁을 뚫고 유동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적 체질 개선을 먼저 이루는 것이 선결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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