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다올자산운용 대표 "펀드수익률 '매니저 구두 뒤축' 보면 알아…앞서가야 시장에 지지 않죠"[CEO&스토리]

['공모펀드 명가'로 이끈 김태우 다올자산운용대표]
30년 노하우 '디테일까지 챙기는 리더'
조직개편 통해 재임 후 순자산 60% 늘어
수익성 직결 코어수탁액 업계 평균比 2배
운용성과 높이려면 '상자 밖 사고' 필요
미래 예측·리스크 분석이 롱런의 비결
"365일 출근하자" 남 다른 근성도 한몫
성장 섹터 중 EMP 펀드 성과 두드러져
내년 퇴직연금 주력 'TDF 상품' 선뵐 것

김태우 다올자산운용 대표가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오승현 기자

우연히 영화 ‘월스트리트’를 보고 펀드매니저를 꿈꾸게 된 스물네 살의 청년이 있었다.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자산운용 업계를 주름잡는 큰손이 됐다. 바로 디스커버리펀드·피델리티코리아펀드 등 쟁쟁한 펀드를 운용하는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리다 7년째 다올자산운용의 수장을 맡아온 김태우 대표다. 그의 재임 기간에 다올자산운용은 순자산 규모가 10조 원 수준에서 16조 원으로 60% 늘었다. 특히 다올이 운용하는 ‘초분산투자’를 추구하는 공모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들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100명 중 1명꼴로 살아남는다는 치열한 운용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그답게 직원들 사이에서는 ‘디테일까지 꼼꼼히 챙기는 세심한 리더’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금융 분야를 누비며 체화된 경험과 지식이 토대가 됐다. 김 대표는 1994년 하나은행에 입행하며 금투 업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200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옮겨 디스커버리펀드 운용으로 스타 펀드매니저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에 피델리티자산운용으로 이직한 후 피델리티코리아펀드 운용으로 또다시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운용사의 성공한 펀드매니저가 되겠다는 청년 시절의 꿈을 이뤘다.


다올자산운용이 국내 공모펀드 명가로 자리 잡은 데도 김 대표의 세심함과 행동력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기존의 전형적인 비즈니스모델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조직 개편에 나섰다. 멀티에셋투자본부를 신설해 중국1등주·4차산업1등주 등 1등주 시리즈 펀드와 더불어 다양한 EMP 펀드의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 또 전략투자팀을 본부로 격상해 코스닥벤처펀드 개발에 힘썼으며 대체투자 부문을 대체투자본부·투자금융본부·리츠본부·블라인드펀드본부 등 4개 본부로 확대 개편해 국내외 부동산·리츠·항공기·인프라·인수금융 등 다양한 대체자산에 대한 역량을 갖춘 운용사로 성장시켰다.


조직 개편의 효과는 다올자산운용의 중장기 목표 중 하나인 ‘코어(Core) 수탁액’ 성장 등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코어 수탁액은 전체 수탁액 중 운용보수율이 낮은 채권형과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수탁액으로 김 대표는 이 비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코어 수탁액의 비율이 높을수록 회사의 수익성과 핵심 운용 역량도 비례해서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다올자산운용의 코어 수탁액은 올해 시장이 불확실성한 가운데서도 4000억 원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이뤘다. 김 대표는 “다올자산운용의 코어 수탁액 비중은 63%로 수탁액 상위 10위권 운용사의 평균인 28%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부임 이후 가장 먼저 실시했던 조직 개편으로 체질이 개선됐다는 객관적 증명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장기 목표인 ‘신규 성장 섹터’ 가운데서는 EMP펀드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EMP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해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김 대표는 소수의 초대형 운용사들이 과점한 국내 ETF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다양화된 글로벌 ETF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짜는 EMP펀드 시장에 승부를 걸었다. 그 결과 다올자산운용의 EMP 부문 수탁액 규모는 올해에도 연초 대비 3400억 원가량 늘어나며 9월 말 기준 1조 3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대표 EMP펀드인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는 현재 출시된 EMP펀드 중 수탁액 2위를 차지하며 시장의 대표 펀드로 올라섰다.


김 대표는 펀드매니저 시절부터 자신을 이끈 원동력으로 ‘혁신적 사고방식’과 ‘남다른 근성’을 꼽았다. 이는 그가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자로 꼽히는 피터 린치와 함께 롤모델로 삼았던 앤서니 볼턴이 강조했던 펀드매니저의 철칙과도 닮아 있다. 김 대표는 “좋은 운용 성과를 내려면 앞서가야 하며, 앞서가기 위해서는 ‘상자 밖의 사고(Out of Box Thinking)’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사고방식이 빛을 발했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밀레니엄 기대주로서 통신주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던 2000년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매니저였던 김 대표는 통신 1위 업체 SK텔레콤을 한 주도 넣지 않은 채 새로운 펀드 운용을 시작했다. 이것이 기록적인 장기 수익률을 낸 디스커버리펀드의 시작이다. 당시 업계 동료들로부터 “그런 식으로 어떻게 펀드를 하냐”는 우려를 들었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그때 통신주는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경쟁 시스템 도입과 규제 위험 등을 예측했을 때 앞으로도 그만큼의 성장을 이뤄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며 “어떠한 산업과 기업 등을 둘러싼 리스크를 통해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사고방식이 롱런에 힘이 됐다”고 답했다.


그의 근성 역시 남다르다. 김 대표가 피델리티자산운용으로 이직한 후 처음 세운 목표는 ‘쉬는 날 없이 365일 다 출근하자’는 것이었다. 앞서 운용했던 펀드가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쾌거를 이룬 후였지만 해외 운용사라는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자신을 다그치기 위한 전략이었다. “펀드매니저는 펀드를 뚝딱뚝딱 만드는 게 아니라 건축가가 빌드업 하듯이 천천히 세심하게 설계해나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많이 봐야 하며 배로 부지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린치의 ‘이기는 투자’를 보면 ‘펀드매니저의 수익률은 구두 뒤축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같은 맥락”이라며 “그만큼 투자와 분석에 대한 남들과 다른 열망과 소신, 그리고 근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펀드매니저 시절과 대표이사인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냐는 질문에 느끼는 책임감의 결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그는 “펀드매니저 때는 운용 결과로 이어지는 모든 요인이 결국 나에게서 나왔다”며 “내가 철저히 분석해 결정하면 성과가 따랐고 또 문제의 해결책도 내게서 나왔다”고 입을 뗐다. 이어 “대표이사가 된 후에는 주식·채권·대체자산 등 여러 가지 자산에 전방위적으로 작용하는 통제 밖의 외생변수들이 많다”며 “이런 것들을 고려해 회사 차원의 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품질이 검증된 다올자산운용 EMP펀드를 기반으로 향후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되는 퇴직연금 시장의 주력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3년 이상의 성과를 낸 대표 EMP펀드인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 등을 활용해 우수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상품군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EMP펀드의 검증된 장기 성과와 자산 비중을 글라이드패스에 접목시키면 훌륭한 TDF가 된다”며 “역량 있는 판매 채널과 구체적인 협의 단계에 있어 내년 중 양질의 TDF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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