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2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투입이 가시화하는 점도 상승 기대감에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은 19일 “10월 들어 국내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는 글로벌 증시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변동성을 나타내는 VKOSPI 지수는 22.9포인트에 마감하며 9월말 20포인트를 상향 돌파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가 상승 동력이 약하지만 외국인 수급이 꾸준하게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달 18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현물에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14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2020년 11월 이후 거의 2년 만이다. 10월 월간 순매수 규모는 약1조9000억원으로, 지난 9월 2조1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것을 거의 만회했다.
외국인들은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10월에만 삼성전자를 8360억원, SK하이닉스를 약 7544억원 순매수했다. 주가는 각각 6.4%, 15.3% 오르며 지수 반등을 주도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전반적 반등이라기보다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강세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0월 들어 4.1% 하락 중이다. 강 연구원은 “국내기업 위주 반등으로 주가가 반도체 업황의 내년 턴어라운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외국인들이 한국 반도체를 순매수하는 배경을 생각해볼 만하다”고 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담기 시작한 것은 가격적인 매력과 미중갈등 수혜 측면이 작용했다. 강 연구원은 “9월 증시 급락과 함께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으로 가격 매력이 더욱 부각된 상황”이라며 “달러 기준으로 메모리 반도체 피어그룹인 마이크론보다 대폭 언더퍼폼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측면에서도 대중 수출제재 유예 조치나 애플의 중국 낸드 탑재 보류와 같은 수혜가 기대된다고 했다. 또 미중갈등으로 인한 대만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한국이 반사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는 대만증시에서 이달 들어 11거래일 중 7거래일을 순매도했다.
이달 중 재가동이 예정된 증안펀드도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강 연구원은 “증안펀드 자체가 증시를 끌어올릴 수는 없겠으나 개입이 필요한 수준으로 인식된다는 점과 과거 사례에서 바닥이 멀리 있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