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조선업 대책에 "민간 자율에 맡기면, 원하청 이중구조 못 바꿔"

금속노조, 19일 정부 대책에 비판 논평
"원청, 자율적으로 기성금 늘리나" 지적
고용부 "인력난 해소→산업 성장 선순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노동계는 19일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이중구조 해소 대책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정부 대책처럼 민간 자율에 기대는 방식으로 이중구조 해소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중구조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는 하청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정책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30년 넘게 원청과 하청이 만든 문제를 자율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기대는 직무유기와 같다"며 "실효성있는 대책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상생협의체를 만들고 협의체에 민간이 참여하면 정부가 지원한다는 방식의 대책을 내놨다. 대책에는 인력 유입을 늘리고 거래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목표도 담았다.


이번 대책은 조선업에서 가장 심한 이중구조 해소가 목표다. 이중구조는 성별, 고용 형태, 기업 규모에 따라 두 층위로 나뉜 노동시장을 일컫는다. 특히 조선업은 하청 근로자 비중이 높지만 이들의 임금은 원청 근로자의 50~70% 수준에 머문다. 이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하청업체 도산으로 임금체불 피해를 겪고 있다. 하청 근로자 부족은 재하도급 형태인 '물량팀'을 늘렸고 원·하청 거래질서를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곪아 일어났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협의체에 대해 "갑인 원청 사장이 자율적으로 하청에 주는 기성금을 늘리고 동등한 거래를 맺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동안 하청업체는 기성금을 원청에서 제대로 받지 못해 하청 근로자 임금 체불이 이뤄진다고 지적해왔다. 하청 입장에서 원청에 제대로 요구하기가 어려워서다. 금속노조는 인력난 해소 대책에 대해서도 "신규인력 유입이 안되는 이유는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 때문"이라며 "(인력난 대책으로) 이주노동력을 저임금. 위험노동에 밀어넣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원청 정규직을 늘리거나 숙련공을 키워 임금 수준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용부와 노동계가 대책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른 이유는 정책 목표 차이에서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부는 하청 근로자의 처우를 정부의 직접 지원으로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하청 근로자 처우 개선을 시작으로 조선업 인력난 해소→조선업 경쟁력 제고→하청 근로자 처우 개선 식의 선순환을 기대한다. 일례로 고용부는 물량팀이 원·하청 거래질서를 왜곡한다고 보면서도 현 산업 구조상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선순환은 정부가 아니라 산업 이해관계자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하청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우 개선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적정 기성금 강제, 물량팀 폐지 등을 대책으로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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