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125조 원 +α’ 금융 부문 민생안정 대책이 연이어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양대 축인 안심전환대출과 새출발기금이 각각 흥행 실패와 고의 연체 등 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비현실적인 안심전환대출 주택 가격 요건을 현실화하고 성실히 빚을 갚고 있는 선량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없도록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17일 기준 안심전환대출은 3만 7412건, 약 3조 8289억 원이 신청됐다. 당초 정부가 세운 공급 목표인 25조 원 대비 15.3%에 불과하다. 자격 조건이 바늘구멍처럼 좁아 신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이들이 적잖았다는 후문이다. 흥행 참패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2015년 3월과 2019년 9월 출시된 1·2차 안심전환대출과 비교하면 주택 가격 4억 원 이하, 부부 합산 소득 7000만 원 이하 등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이 같은 비판에 귀를 닫은 채 원안을 밀어붙인 금융 당국 책임론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장기 고정금리 대출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비자의 선택도 흥행 참패에 한몫했다. 흥행에 성공했던 1·2차 안심전환대출도 올 6월 말 기준 각각 10조 9590억 원과 1조 9468억 원이 중도 상환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만들어낸 유례없는 제로금리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 더 금리가 낮은 대출상품으로 갈아타거나 주택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4억 원 이하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이달 말까지 추가로 받은 뒤 다음 달 7일부터는 주택 가격을 높여 2차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기준은 현재 논의하고 있지만 주택 가격 6억 원 이하가 우선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 소상공인 대출 만기가 재연장되면서 역할이 무색해진 30조 원 규모 새출발기금 역시 이달 13일 기준 1093명이 신청을 완료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시 연착륙을 하기 위한 배드뱅크였지만 재연장 결정으로 엇박자가 난 셈이다. 결국 정상·부실우려차주들은 대부분 최대 3년 만기 연장을 신청하고 최대 1년 더 상환 유예를 적용받으면서 새출발기금은 사실상 제도를 악용하려는 불량 차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영업자들이 즐겨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재창업 계획이 없을 경우 일부러 이자를 연체해 원금을 탕감받는 노하우와 인증 글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금융위는 “신청 자격을 맞추기 위해 고의로 연체하는 경우 새출발기금 채무 조정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다 걸러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자영업자는 “겁주기밖에 안 된다. 어떤 절차로도 검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원금 감면 대상인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가 되는 경우 최장 7년간(2년간 공공 정보 등록, 해제 후 5년간 신용평가 반영) 신규 대출 금지, 신규 신용카드 발급 거절, 기존 신용카드 정지 등 신규 금융거래가 사실상 제한되는 등 원활한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17일 진행된 새출발기금 운영기관인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대한 현장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정무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오랜 기간 준비한 새출발기금이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출범한 것 같아서 실망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