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다방] '에브리씽' 양자경 멀티버스 속 쿵푸 고수가 나오는 전무후무한 명작

'색, 계'·'라이프 오브 파이' 이안 감독의
2000년 아카데미 4관왕 수상작
양자경, 주윤발, 장쯔이, 장첸 주연 '와호장룡'(2000)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와호장룡’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 / 사진 = 워터홀컴퍼니(주) 제공

홍콩 배우 양자경의 40년 필모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작품으로 떠오른 최근 개봉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국내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시작했다.


개봉 첫 날(12일) 7위로 시작한 이 영화는 1주일 만인 19일 박스오피스 3위로 훅 뛰어올랐다. 개봉 전부터 이동진 평론가, 박찬욱 감독, 황석희 번역가 등 영화인들 극찬이 이어졌고 실관람객들 호평도 조금씩 쌓이며 입소문이 서서히 달궈지는 모양새다.


광기어린 연출로 유명한 다니엘스 듀오(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의 최신작인 이 영화는 북미 공개 당시에도 단 10개 상영관에서 3,000개 상영관까지 늘어난 올해 최고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그 중심에는 수천, 수만의 멀티버스 속 또 다른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깨닫고 세상을 구원할 단 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코인세탁소 사장 에블린(양자경)이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배우 양자경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그는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수많은 캐릭터로 변신한다. 압박해오는 세무조사와 하나 뿐인 딸의 엇나감 속에서 바쁘고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던 평범한 엄마 에블린은 어느 날 멀티버스 세계를 넘나드는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일일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한 번 보는 게 훨씬 이득이겠지만, 하나만 꼽자면 바로 양자경 본인의 필모이기도 한 액션 대스타(a.k.a 쿵푸 고수)의 모습이다.


1980년~90년대 홍콩 액션 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양자경은 주로 아시아권에서만 활동하다 '007 네버다이(1997)' 본드걸 활약을 계기로 할리우드로 발돋움했다. 뒤이어 주윤발과 함께 출연한 '와호장룡(2000)'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는 등 대히트를 기록하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고 양자경 본인 역시 세계적 스타로 거듭난다.



영화 ‘와호장룡’ 스틸


양자경의 '와호장룡(臥虎藏龍 |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은 정통 무협영화의 틀을 완전히 깬 영화였다. 과장된 액션과 화려하고 역동적인 움직임, 선과 악의 뚜렷한 경계 등이 그때까지 무협영화의 정답처럼 여겨졌다면 '와호장룡'은 반대로 정적이고 고요하다. 분명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대나무 숲 사이를 날아다니는데도 마치 무림 최고수에 이르면 깊은 '정중동'(겉은 고요하지만 그 안에서는 움직임이 있는 상태)의 경지에 오르듯 잔잔하고 아름답다.


양자경은 '와호장룡'에서 무당파 여검사 수련으로 분했다. 변발의 검객 이목백(주윤발)의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중년의 사랑을 수련은 한몸에 받고 있다. 싸움 얘기 뿐이던 무협영화에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끼어든 것은 아마도 '와호장룡'이 최초는 아니더라도 최고임에는 틀림없다. 수련은 이목백의 사형과 약혼한 사이였고 사형은 세상을 떠났다. 목백은 이미 무당파 최고의 경지에 올라 허무와 함께 깊은 슬픔에 잠긴 상태다. 이제 수련의 곁을 지키려 강호를 떠나려 한다.


수련은 목백의 부탁으로 목백의 보검 '청명검'을 무당파와 인연이 깊은 황족 철패륵에게 맡긴다. 그곳에서 만난 옥대인의 딸 교룡(장쯔이)과 만나 친해진다. 하지만 어느 날 사라진 청명검을 좇다 교룡의 정체를 알게 되고. 무엇이든 잘라버리는 청명검을 든 교룡과 대결하게 된 수련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바짝 날선 검술로 맞붙는다. 이 장면의 긴장감은 몸을 움찔움찔하게 만들 정도다.




한편 혼인을 앞둔 교룡의 처소에 몰래 찾아온 소호(장첸)는 그녀의 옛 연인이었다. 집안에 붙잡힐 운명이었던 교룡은 강호를 자유롭게 누비는 삶을 꿈꾸고 부러워하며 수련과 친해지고자 했다. 드넓은 사막을 호령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소호와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교룡의 스승인 '푸른 여우'(정패패)와 무당파 목백이 철천지원수라는 사실 때문에, 이들의 운명은 애석하게도 엇갈리고 스러진다.


'와호장룡'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교룡과 목백의 대나무숲 대결 신이다.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대나무잎 사이 사이로 날아오른 둘은 고요함 속에서 간간히 칼을 서로 부딪힌다. 목백은 교룡이 원수의 제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무공을 꿰뚫어보고 무당심결을 전수하려 한다. 또한 수련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교룡을 용서한다. 이처럼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사랑과 용서의 이야기, 무도인의 철학과 아름다운 영상미까지 일일이 셀 수 없는 수많은 이유들로 오늘까지도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꼽히고 있다.



영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 스틸

양자경은 '와호장룡' 성공 이후 꾸준히 해외 작품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이라 3: 황제의 무덤'에서는 고대 중국의 무녀로 변신했고 '쿵푸팬더 2'에서는 점쟁이 할멈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 프랑스 영화 '더 레이디'에서는 아웅산 수찌 역할로 호평을 받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건파우더 밀크셰이크' 등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몸사리지 않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12월 개봉을 앞둔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카리나 모그 박사 역할로 등장할 예정이다.


영웅이 감추어져있다는 ‘와호장룡’ 뜻처럼, 지금껏 감추어져 있던 양자경의 유쾌한 매력이 반갑다. 20년 전 '와호장룡'이 양자경을 해외 관객 앞으로 이끌었듯, 그의 첫 단독 주연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시식평 - ‘와호장룡’과 ‘에브리씽’의 가르침은 유일. 그것은 오직 사랑.


+요약

제목 : 와호장룡(臥虎藏龍 |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감독 : 이안


주연 : 주윤발, 양자경, 장쯔이, 장첸


장르 : 액션, 판타지


등급 :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 120분


개봉일 : 2000.08.19


수상 : 73회 미국 아카데미 4관왕, 20회 홍콩금상장영화제 7관왕 등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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