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선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확보·기술고도화·자금지원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종합대책’을 꺼내들었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선박이나 초대형유조선(VLCC) 등 이른바 ‘고부가 선박’의 글로벌 점유율을 2030년까지 현재 대비 11%포인트 높은 7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자율주행 선박과 무탄소 선박 등 최첨단 선박 기술도 10년 내에 상용화해 관련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조선 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공개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글로벌 선박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함에 따라 우리 조선 산업의 경영 환경이 개선되고 있으며 친환경·디지털 전환으로 대표되는 미래 선박 시장의 환경 변화 역시 세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가진 우리 조선업에는 기회 요인”이라며 “이런 기회를 활용해 조선업의 초격차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조선 산업 인력 확충에 나선다. 최대 주 64시간인 제조 업종의 ‘특별연장근로’ 연간 활용 가능 기간을 기존 90일에서 최대 180일까지 한시 확대하기로 한 게 눈에 띈다. 또 단순 ‘노무비자(E-9)’를 가진 외국 인력의 ‘숙련기능비자(E-7-4)’ 전환 시 조선업 관련 쿼터를 100~200명 신설해 인력시장의 숨통을 틔우기로 했다.
인력 양성을 위한 예산도 늘린다. 정부는 조선업 생산·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월 60만 원에 달하는 채용 지원금 지급 기간도 현행 2개월에서 내년부터 6개월로 늘린다. 이외에도 이공계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외국인이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경력 요건 없이 ‘특정활동 비자(E-7)’를 발급해주는 유학생특례제도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조선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 및 하청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원청과 하청 업체 간 ‘상생’ 강화에도 나선다. 조선은 업종 특성상 임금 수준이 원청 근로자의 50~70%수준에 불과한 하청 근로자의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원·하청의 이중구조가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올 하반기 근로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조선업상생협의체’를 구성해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로 했다.
정부는 근로자가 채용 예정자 훈련을 받고 사내 협력사에 취업한 뒤 석 달간 근무하면 100만 원가량의 ‘취업정착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임금 체불이 잦은 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하도급 대금 결제 조건 공시를 내년 상반기부터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 확보를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LNG선박’ 기술 고도화에 나서는 한편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에 대응해 ‘무탄소 선박’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선원이 승선하지 않고도 원격제어로 운항이 가능한 ‘자율운항 선박(국제해사기구 3단계)’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 및 근거 법률 마련에도 나선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선수금환급보증(RG)’ 물량도 늘린다. 조선업은 선박 발주 시점과 건조된 선반의 인도 시점 간 차이로 보증 등을 통해 자금 확보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또 금융기관의 RG 발급 시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일정 부분을 보증하는 특례보증제도도 운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조선 산업의 원가 절감을 위해 선박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가격 협상 방식 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조선업 핵심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해 호황기에 기금을 마련해 불황기에 활용하는 일종의 ‘사회기금’ 설립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글로벌 선박 시장의 회복으로 우리 조선 업계도 수주 확대와 선가 상승 등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일본과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내부적으로는 원·하청 이중 구조가 지속되는 등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최근 업황 회복의 기회가 우리 조선 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미래 선박 시장 선점으로 이어지도록 초격차 경쟁력 확보와 고용구조 개선을 병행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