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독립조직으로서 우주사령부를 창설할 지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 및 군 안팎에서 재점화된 가운데 일종의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주작전 등을 수행한 자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3군의 우주조직을 합쳐 별도 사령부를 만들어바야 ‘외화내빈’이 될 수 있는 만큼 일단은 현행 각군 차원에서 우주조직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19일 서울 종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육해공군에서 독립된 합동부대로서 우주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에 대해 “이른감이 없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우주사령부를 합동부대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은 사령부가 운용할 우주자산도 빈약하고, 예산 편성, 조직 운용, 지휘관 측면에서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사령부 창설론이 대두된 배경에 대해 김 부소장은 육해공군의 주도권 다툼을 꼽았다. 공군이 지난 2019년 국군조직법 개정을 통해 자군의 주임무를 기존 ‘항공작전’에서 ‘항공우주작전’으로 전환하려고 하자 육군, 해군 뿐 아니라 해병대까지 심한 반대의견을 보여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부소장은 이 같은 각축전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육해공군 중 가장 먼저 우주에 관심을 갖고 인력과 인프라 등을 선도적으로 준비해 온 공군의 입장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공군은 지난 1998년 우주 전담정책부서를 만든 뒤 꾸준히 우주관련 역량 확보를 모색해왔다. 그 결과 21년만인 2019년에는 우주작전대를 설립하며 3군중 가장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군은 2025~2030년에는 우주작전단을 꾸린 뒤 2030년 이후 우주사령부를 구성하겠다는 비전을 세운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 부소장은 “현재 공군작전대가 있으니까 이것을 키워서 어느 정도 자신만의 역량을 확보했을 때 통합적인 사령부를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언했다. 선(先) 우주작전대 강화, 후(後) 사령부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지금은 공군이 (국방우주력 증강을) 잘 하고 있는데 나중에 (우주전담 조직이 커져서) 공군에서 독립시켜 별도로 할 수 있는 소요가 생기기 이전에는 원래 잘하던 사람(공군)이 하면 된다”며 사실상 속도조절에 힘을 실었다. 신 의원은 향후 전략사령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행사에서 “공군을 높게 평가하는 점은 우주 분야에서 육군, 해군보다 빨리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덕담을 했다. 다만 김 의원은 육해공 합동군으로서 우주사령부 창설에 좀더 방점을 둔다는 점에서 신 의원과는 다소 결을 달리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