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경제단체를 대표하는 광주상공회의소 회원들의 결속력이 저하되면서 갈수록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회비납부 실적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인데, 지난해 ‘금권선거’로 얼룩진 회장 선거과정에서 생긴 건설업-제조업 간의 보이지 않은 갈등으로 성실 회비납부자 마저 빠져나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광주상의는 정창선 회장 취임 후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고, 올해 말 임기가 다하는 전무이사·사무처장 자리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전반적인 인적쇄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광주상의와 지역 상공인 등에 따르면 제24대 정창선 회장 취임을 맞아 3년간 임기 중 추진할 5대 핵심전략 및 신규·중점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성과지표로 2023년까지 자체 수입예산은 50억원, 회원은 2600개사, 회비는 25억원, 정부·지자체 협력사업은 30억원으로 확대 등의 핵심 정량 지표를 설정하고, 신규과제 26건을 포함한 총 63건의 추진과제를 마련해 실천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중 회비실적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총 2100여개의 회원사 중 회부납부 실적은 40%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원 10명 중 6명이 사실상 이름만 걸어 놓은 ‘무늬만 회원’이다. 회비 납부 의무를 다하지 않은 법인과 개인이 상당한 것으로, 광주상의 결속력이 그만큼 느슨하고 기업환경·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방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회비납부는 강제 조항이 아니다. 이에 성실 납부자들에게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실제 A 자동차전문 제조업체는 올해 단 한번도 회비를 내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는 B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성실 납부자들 마저 회비납부 거부 사례는 지난해 건설-제조업 간 과열양상을 보인 회장선거도 하나의 이유로 꼽고 있다. 당시 추가회비가 무려 22억 원이 납부됐다. 이 추가회비는 광주상의 1년치 회부납부 실적에 육박한 금액이다. 지난해 총 선거권 수는 4730표로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00여 표가 추가회비를 통해 확보됐다. 과열된 선거과정에서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막대한 추가회비를 통한 사업도 의구심이 들고 있다. 광주상의는 지난해부터 26개의 신규사업을 추진했는데, 대부분이 일회성에 그치는 지원사업으로 추가회비 소진을 목전에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위기대처에 앞장서야 할 임원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도 모아진다. 올해 말 계약 종료를 앞둔 전무이사 등 임원진들이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광주상의 안팎에서는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곱지 않은 목소리도 나온다. 임원진의 이러한 모습은 광주상의 내부에서도 눈치 보기에 급급하는 등 위기극복을 위한 대처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광주지역 상공인 한 관계자는 “광주상의는 그동안 건설업이 주류를 잡으면서 제조업이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는 등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 기업들은 대내외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자리싸움 등 볼썽사나운 모습에 위기대처에는 미흡한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