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원료 분야에서의 ‘탈(脫)중국’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에 조 단위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동맹국들과는 중국을 배제한 배터리 원료 공급망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에너지부가 인프라법에 근거해 책정한 보조금 중 1차분으로 12개 주, 20개 배터리 기업에 약 28억 달러(약 4조 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이 자금을 민간 자본과 매칭해 총 90억 달러(약 13조 원)를 리튬과 흑연·니켈·전해질·산화규소 등 전기차 배터리 원료 개발·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연간 전기차 200만 대 규모의 배터리용 리튬 생산 △연간 120만 대 규모의 배터리용 흑연 생산 △연간 40만 대 규모의 배터리용 니켈 생산 △미국 최초의 대규모 상업용 리튬전해질염 생산 설비 설치 △미국 최초의 인산철 양극 설비 설치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발표된 보조금은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에 지원하는 예산의 극히 일부분이다. 백악관은 인프라법, 반도체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합해 총 1350억 달러가 전기차 분야에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아울러 범정부 차원의 ‘미국산 배터리 원료 구상’을 통해 동맹 간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백악관 조정위원회가 이끌고 에너지부와 내무부·국무부 등이 참여하는 이 구상은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을 통해 세계 파트너 및 동맹과 손잡고 핵심 광물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주도로 한국·호주·일본 등이 참여하는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과도 연계된다. 백악관은 “배터리 자원 매장지를 찾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며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추출·처리·재활용에 대한 환경 및 노동 기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배터리 생산의 75%는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해 이번 구상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화석 에너지 시대에서 클린 에너지 시대로 바뀌는 가운데 우리는 과거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석유에 의존했던 것처럼 결정적인 광물과 원료들을 중국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