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보다 더 슬픈 것이 있을까. 삶과 죽음이 있는 인간에게 영원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 슬픔을 거둘 수 있을까. 그렇다면 영원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욘더’(극본 김정훈오승현/연출 이준익)는 이렇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욘더’의 배경은 안락사법이 통과된 2032년 근미래다. 인간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직접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한지민)도 연명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남편 재현(신하균)도 선택을 존중하고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자리는 슬픔으로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이후에게서 메일이 왔다. 영상 속 이후는 “난 여기로 떠나온 거야. 날 만나고 싶으면 여기로 와줘”라고 재현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재현은 영문을 모른 채 이후가 알려준 장소로 갔다. 수상한 것 투성이인 그곳은 죽음 후의 모습을 직접 디자인하는 곳이란다. 닥터K(정진영)라는 남자가 “내가 없어진다는 건 나에게서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당신으로부터 없어지는 거지”라고 말하는 영상이 곳곳에서 나왔다. 재현은 잔뜩 경계심을 갖고, 이후가 안락사하는 날 집으로 온 여자 세이렌(이정은)의 안내를 받아 가상세계 속 이후와 만났다.
가상세계의 이름은 욘더. 죽기 전 인간의 기억을 데이터로 업로드해 만든 아바타가 사는 곳이다. 사실감 넘치는 아바타의 모습에 깜빡 속을 만하다. 하지만 재현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과학기술의 발달 속에서도 인간이 유일하게 누릴 수 없는 것은 삶과 죽음. ‘욘더’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논쟁이 분분한 안락사가 가능한 시대가 배경이라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적극적 안락사는 살인죄가 성립된다.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켜 사망케 하는 행위가 생명 존중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다. 반면 안락사 혹은 존엄사를 주장하는 측은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다. ‘욘더’는 죽음을 직접 결정하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삶과 죽음이란 무엇일까. 재현과 이후가 생각하는 영원에 대한 차이에서 이런 질문이 비롯된다. 재현은 인간에게 죽음이란 운명이고, 이후를 자신의 기억 속에 간직하려 했다. 반면 이후는 육체가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면서 잊히지 않기 위해 죽음 이후 영원한 존재로 남길 바랐다.
“잃어버린 것을 잊지 못하는 건 잃어버린 게 아냐. 어떤 것이 잊힌다면 그것은 애초에 버리고 싶었던 거야. 모든 걸 다 버렸는데도 잊히지 않는다면 그것만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이후)
가상 세계의 죽은 자는 허상일까 실재일까. 세이렌은 재현에게 가상 세계를 보여주기 전 “보이는 것을 믿나. 생각하는 것을 믿나”라고 물었다. 그는 “잘 모르는 것은 두려운 게 아니다. 알고 이해하면 새로운 것”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보이는 것만을 믿는 재현은 이후의 아바타를 보고 곧바로 부정했다. 이후의 기억으로 만들어졌지만 함께 살아 숨 쉬고 교감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살아 있는 자를 위한 일인지, 죽은 자를 위한 일인지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이후는 자신이 직접 죽음 후에도 존재하고 싶어 아바타를 자처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후를 떠나보낸 재현에게 아바타의 존재는 혼란스럽다. 가상 세계에 아빠를 만나러 온 피치의 생각은 다르다. 피치는 죽은 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을 위해 아빠 아바타를 만들었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통화 자료, 사진 등을 조합해 아빠를 구현해 현실의 슬픔을 치유했다고 말한다.
결국 정답이 없는 문제다. 고도로 발전한 현대에서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한 거리일 뿐. ‘욘더’는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재현이 이후의 아바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사이비 교주처럼 죽음 이후의 삶을 꿈꾸라고 하는 닥터K의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는 남은 3부에 담겼다.
◆ 시식평 - 영화로 착각하게 하는 이준익 감독의 연출, 몰입도 높이는 신하균·한지민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