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액 많다고 노조 탄압 단정 못해”…대법원 판례 제시한 고용부

고용부, 노조 손배소 2차 실태조사
63건 판결 중 73% "불법 인정"
2020년 대법원 판례 공개 '눈길'
노란봉투법 제정 취지 에둘러 반대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로 출근한 뒤 자전거를 거치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기업이 노동조합에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 금액으로 억압한다고 볼 수 없다는 과거 대법원 판례가 담긴 손배소 실태조사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재차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의 제정 필요성 중 하나로 기업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소송을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1일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2차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고용부가 국회의 노란봉투법 제정 논의를 돕기 위해 실시한 조사로서 일반에도 공개했다.


조사 결과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과 국가의 노조 상대 손배소는 151건이다. 이 가운데 판결이 선고된 기업 제기 소송 63건을 분석한 결과 손배소 인용이 39건으로 기각(24건) 보다 15건 많았다. 법원이 기업의 손을 더 들어줬다는 것이다. 특히 39건에 기각건 중 불법행위가 인정된 판례 7건을 더하면 63건 중 46건(73%)가 불법으로 판결됐다. 이 분석은 경영계가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노조의 불법행위를 대응할 수 없다는 우려와 일치한다.


특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2020년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와 노조간 벌인 손배소 판결 내용을 일부 공개한 점이다. 2013년 비정규직 지회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벌인 시외 과정에서 현대차 펜스가 일부 부서졌다. 현대차는 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10% 수준인 2800여만원만 인정했다. 고용부는 "법원은 '청구액이 많다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오로지 근로자 고통을 주고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으로 소를 제기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노동계가 기업의 과도한 소송 행태를 막기 위해 노란봉투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에둘러 반박한 셈이다. 노란봉투법 제정 논의는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을 한 하청 노조에 470억원 규모 손배소를 제기한 게 정당하냐는 비판에서 출발했다.


이번 조사는 법원이 노란봉투법 제정의 쟁점 중 하나인 사업장 점거를 어떻게 보는지도 제시했다. 63건 소송 가운데 31건은 사업장 점거가 이유였다. 이 중 28건(90.3%)은 기업의 소송이 인용됐다.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위력이 사용되고 폭행이나 상해로 치닫는 경향이 짙다는 점도 확인됐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원청의 사용자성이 강화돼 이같은 사업장 점거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원청과 하청 노조의 교섭 근거가 생긴다"며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장을 점거할 유인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의 대우조선 사업장 점거도 원청 교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고용부는 이번 1~2차 실태조사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부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란봉투법 제정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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