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기업이 노동조합을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 금액으로 억압한다고 볼 수 없다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고용부는 21일 ‘기업·정부가 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 및 가압류 사건에 대한 2차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과 국가의 노조 상대 손배소는 총 151건이다. 이 중 판결이 선고된 기업 제기 소송 63건을 분석한 결과 손배소 인용이 39건으로 기각(24건)보다 15건 많았다. 법원이 기업의 손을 더 들어줬다는 것이다. 39건에 기각건 중 불법행위가 인정된 판결 7건을 더하면 46건(73%)이 불법으로 판결됐다.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노조의 불법행위를 대응할 수 없다는 경영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2020년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노사가 벌인 손배소 판결 내용이다. 2013년 비정규직 지회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 과정에서 현대차 펜스가 일부 부서졌다. 현대차는 2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10% 수준인 2800만여 원만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법원은 ‘청구액이 많다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오로지 근로자 고통을 주고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으로 소를 제기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동계가 기업의 과도한 소송 행태를 막기 위해 노란봉투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에둘러 반박한 셈이다.
한편 손해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사업장 점거’로 총 63건 중 절반에 가까운 31건이었다. 이 중 28건은 기업의 소송이 인용됐다.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위력이 사용되고 폭행이나 상해로 치닫는 경향이 짙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원청의 사용자성이 강화돼 이 같은 사업장 점거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