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방 들고 "100㎞ 가달라"…택시기사 '촉', 피싱 막았다

택시서 승객 전화 내용 듣고 보이스피싱 의심
경찰에 신고해 수거책 현행범으로 체포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할 뻔했던 승객과 60대 택시기사. 경찰청 유튜브 캡처


택시 기사의 눈썰미로 승객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현금 수거책을 검거할 수 있었던 사연이 전해졌다.


19일 경남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창녕경찰서는 보이스피싱 검거와 피해 예방에 도움을 준 공로로 60대 택시 기사 A씨에게 신고포상금과 감사장을 수여했다.


지난 5일 A씨는 경남 사천시에서 50대 여성 승객 B씨를 태웠다. B씨는 택시를 타기 바로 직전 급하게 다른 차량에서 내려 갈아타는 등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B씨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택시에 탑승해, 약 100㎞ 이상 떨어진 경남 창녕군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냐는 물음에 B씨가 돈을 전해주러 간다고 답하자 A씨는 수상함을 느꼈다고 한다. B씨는 “저금리 국가정책자금으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현금으로 6000만 원을 C은행에 넘겨주러 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자 B씨는 부정하며 수 차례 통화를 계속했다.


창녕군에 도착하고 B씨가 하차하자 A씨는 택시를 세워 놓은 채 B씨를 따라 내렸다. 이후 2~3m 간격을 두고 B씨의 뒤를 쫓았다. 당시 B씨의 통화 상대가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와서 원위치로 오라”고 하자 A씨는 “(보이스피싱이라는) 의심이 더 굳어졌다”며 “112 신고를 해야겠다고 확신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피싱이 의심된다’는 A씨의 신고 전화에 바로 사복으로 갈아입은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했고, 도착 2분 만에 B씨에게 돈을 전달받으려는 현금 수거책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유형은 △대면편취형 △절도형 △정부기관 사칭형 △대출빙자형 △자녀납치형으로 나뉜다.


이 중 B씨의 피해 유형인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은 대출진행을 위해 보증료, 신용등급 상향비 등을 요구하고 이를 편취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받으면 저금리대출로 바꿔준다며 고금리대출을 먼저 받게 하고 상환 명목으로 대출금을 편취하는 수법이다. B씨의 경우 먼저 6000만 원을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전달하면 대환 방식으로 8000만 원을 대출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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