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태블릿PC 등 휴대용 전자 기기의 충전 단자 표준을 통일하는 법안이 국내 최초로 발의된다. 유럽연합(EU)이 2024년부터 전자 기기의 충전기를 C타입 USB로 표준화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법제화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다음 달 발의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내 휴대용 전자 기기에 대한 기술 기준을 정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고 이를 어길 경우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을 바탕으로 시행령을 통해 충전 단자를 C타입 USB로 표준화한다는 것이다.
EU에서 시작된 충전 단자 통일화는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브라질·인도 역시 충전 단자를 단일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미국에서도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상무부에 표준 도입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관련 논의가 부진한 상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올해 5월 국내 C타입 USB 확대를 위한 국가 표준을 8월 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10월까지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표준 제정과 가이드라인 보급 모두 이뤄지지 않았으며 법적 강제성을 가진 것도 아니다. 박 의원은 “유럽에서는 법제화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소비자 편익과 환경보호를 위해 전자 기기 규격 통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용 전자 기기의 충전 단자를 통일하려는 국제적 움직임은 EU 의회가 6월 이 같은 법안에 합의하면서 촉발됐다. 4일(현지 시간) 법안이 최종 가결됨에 따라 2024년부터 애플 제품에만 쓰이던 독자적인 충전 장치는 유럽에서 팔지 못하게 됐다.
전 세계에서 첫 법제화 사례인 EU의 충전 단자 통일은 전자 기기 폐기물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지속 가능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매년 유럽에서만 5억 대 이상 충전기가 출시되며 전자 폐기물 규모는 최대 1만 3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충전 단자 통일로 인한 소비자 이익이 약 2억 5000만 유로(약 354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의 핵심도 ‘소비자 편익과 환경 보호 등을 고려해’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데 있다. 법안에 ‘과기부 장관이 필요한 경우에 방송통신기자재의 기술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추가할 때 해당 단서를 다는 것이다. 박 의원실은 “과기부가 집행 과정에서 입법 취지를 더 반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기부 장관이 시행령을 통해 충전 단자를 C타입 USB로 표준화할 수 있다.
앞서 2000년 6월 정부가 휴대폰 충전 단자 표준화를 이끈 바 있지만 입법을 통한 법제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정보통신부는 24핀 충전 단자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단체 표준을 제·개정하고 휴대폰과 표준형 충전기의 분리 판매를 시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국내에서도 법제화 여부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기업은 애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C타입 USB로 표준화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시장에 나오는 스마트폰·태블릿PC·노트북 충전 단자를 C타입으로 통일하고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도 프리미엄 노트북, 무선 이어폰 충전 단자 등에 C타입을 적용하고 일반 노트북과 기타 휴대용 기기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