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암호화폐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해 청년층이 은행·저축은행뿐 아니라 카드론·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도 4조 6000억 원 넘게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자금 시장이 악화하는 가운데 여신사들의 대출 회수가 속도를 낼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 기간 ‘영끌’ ‘빚투’에 나섰던 청년 세대의 부실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여전 업권에 신규 유입된 청년 차주는 20대 14만 명, 30대 33만 명 등 총 47만 699명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총 28만 5892명)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늘었다. 전체 신규 차주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37.1%로 2019년보다 1%포인트 늘었다.
이들이 카드사·캐피털사 등에서 빌린 돈은 지난해만 총 4조 6231억 원(주택담보+신용대출)에 달했다. 2조 4154억 원 수준이었던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도별 신규 대출 취급액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세대는 주로 40대였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는 2030세대 비중이 2020년 34.6%, 2021년 34.8%를 기록하며 40대를 넘어섰다.
카드·캐피털사 등 여전사 대출에는 특히 20대 청년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 초년생 등이 다수인 만큼 은행·저축은행 등에서보다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몰린 모습이다. 지난해 20대가 여전사에서 빌린 돈은 총 1조 2107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비 대출액 증가율은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98%에 달했다.
가파르게 늘어난 2030세대의 여전 업계 대출은 올 들어 대출금리가 크게 뛰는 반면 코인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7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KB국민)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03%로 전월보다 0.81%포인트나 뛰었다. 리스사·캐피털사 등 카드사을 제외한 여전사들의 9월 말 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14.55%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여전사들의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여전채 금리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21일 기준 연 6.082%(민평 평균)로 치솟았다. 여전채 금리가 6%대로 오른 것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1월 1.238%까지 내려갔던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폭등했다. 반면 청년들이 지난 2년간 카드론 등 고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빚을 내 투자했던 자산 가격은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7월 3305.21까지 오르며 ‘잔치’를 벌였던 코스피지수는 21일 2213.12를 기록, 불과 1년 새 고점 대비 33%나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개당 6만 900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달성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정오 코인마켓캡 시세 기준 2만 달러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곳곳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다.
민 의원은 “부동산·주식·코인 등 각종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와중 여전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까지 오르면서 지난 2년간 ‘영끌·빚투’에 나섰던 청년층의 부담이 불가피해졌다”며 “연체율 관리를 비롯한 금융 당국의 세심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산시장 등에 대한 우려는 금융 당국도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시기 지원금 지급 및 상환 유예 등으로 여전사 연체율이 많이 악화된 상태는 아니며 부실이 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감독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