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바닥? 또 카카오 '줍줍'한 개미…"피눈물 또 흘리나"[코주부]


‘길치’인 에디터는 내비게이션을 자주 이용합니다. 지난 15일에도 ‘카카오내비’를 켰습니다. 그러나 ‘먹통’. 이날 오후 3시30분께 카카오가 임대해 사용하는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내비 뿐 아니라 카카오톡, 카카오T, 카카오페이 등 대부분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입니다. 이번 화재는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계열사 주가가 3분의 1 토막이 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뼈아픕니다. 호재를 찾기 힘든 시기에 악재가 더해졌으니…주주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이번 사고 여파와 주가 전망을 코주부에서 상세히 짚어드리겠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위기 자초한 카카오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이렇게 오랜 기간 멈춘 것은 처음입니다. 사고 닷새째인 19일에서야 대부분의 서비스가 복구됐습니다. 서비스는 정상화됐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 피해 규모(손실 200억 원 안팎, 보상금 100억 원 안팎 추정)는 현재로선 알기 어렵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사실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2년 4월 임대해 쓰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전력 계통 이상으로 4시간가량 카카오톡 서비스가 멈췄습니다. 카카오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복수의 데이터센터 운용과 서버 이원화 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서비스 장애가 수십 차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는 지난해가 돼서야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세웠습니다. 만약 10년 전 사고 이후 계획을 서둘러 이행했다면 지금처럼 피해가 커지진 않았겠죠. 카카오와 같은 곳에 입주해 있던 네이버는 화재 당일 밤 대부분의 서비스를 복구했습니다. 네이버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카카오가 2006년 설립 이후 사상 최대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하루 새 시총 2000000000000원 ‘증발’...주주들 눈물샘 ‘폭발’



사상 초유의 먹통 사고가 나고 주식시장이 처음 열린 17일 카카오그룹 주가는 예상대로 폭락했습니다.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등 이른바 카카오 4형제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에만 39조원에서 37조원대로 2조원 넘게 감소했습니다. 6월 카카오페이 2대주주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의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소식에 카카오페이 시총이 2조원 넘게 증발한 지 넉달여 만에 비슷한 규모의 돈이 또 사라진 셈입니다.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는 톡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연걸된 구조이기 때문에 카카오그룹주 동반 폭락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카카오그룹주는 글로벌 긴축 기조, 실적 부진 우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먹튀(관련기사)’, 카카오게임즈 분할 상장 등의 여파로 올해 들어서만 60~80% 하락했습니다. 이번 폭락은 표면적으로는 실적 부진 우려 때문입니다. 카카오그룹의 올 4분기 실적이 화재 여파로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커졌으니까요. 그러나 이번 화재로 기업 신뢰도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규제 가능성이 커진 것이 주가 하락을 이끈 핵심 요인이자 카카오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그간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 큰 카카오 그룹이 덩치(2022년 8월 기준 계열사 134개)에 어울리지 않는 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은 자주 제기됐습니다. 인프라 투자는 소홀히 하면서 신규 사업을 분사시켜 육성한 뒤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 전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입니다. 실제 카카오는 2020년~2021년 1년 사이 물적분할을 통해 3개 자회사(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 2021년 8월 카카오뱅크,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를 상장시켰습니다. 투자자들은 물적분할을 싫어합니다.(관련기사) 최근 철회하긴 했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라이온하트도 상장 대열에 동참시키려고 했습니다.


안 그래도 카카오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화재까지 발생하자 정부, 여야 가릴 것 없이 카카오를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분위기 어떤데?


▲윤석열 대통령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번 사태는 ‘설마’라는 안전불감증이 만든 인재”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더는 이런 디지털 플랫폼 재난에 속수무책이 되지 않도록 신속히 입법 대책을 마련하겠다”


개미들은 ‘줍줍’ 주가 바닥? 글쎄...

19일 대국민 사과를 한 카카오는 네이버처럼 데이터를 이중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궁훈 대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카카오그룹 주가는 올랐습니다. 그러나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악재만 보인다.”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실제 많은 증권사들이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낮췄습니다. 사실 이 정도 떨어졌으면 매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아직 바닥을 말하기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증권사 분석은?


▲현대차증권: 단기 모멘텀이 부재한 가운데 발생한 이번 악재로 주가는 당분간 횡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


▲하나금융투자: 카카오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 상황을 통과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가 진정돼야 진바닥을 형성할 것


지금이 바닥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에디터가 찾아본 가장 긍정적인 전망은 “현 주가에서는 투자 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다”입니다. 이유는? 악재가 워낙 많아 주가가 긍정적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꼽씹어보면 ‘호재에 잠시 오를 순 있겠지만, 호재가 주가 반등을 이끌 원동력이 되긴 어렵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어요. 카카오 외 카카오그룹 종목들은 어떨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안 좋은 전망이 대부분입니다.


◇카카오그룹 전문가 전망


▲카카오페이: 온라인 결제액 성장 둔화, 간편결제 시장 경쟁 심화, 주식시장 부진 등으로 어려운 사업 환경이 지속될 것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부진으로 3분기 매출액이 시장 예상보다 7% 가까이 줄 것


▲카카오뱅크: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으로 규제 강화 움직임. 당분간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어


그러나 개미들은 주가가 폭락한 17일 카카오 4형제를 모두 샀습니다(1599억 원).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이 늘 맞는 건 아닙니다. ‘위기=기회’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한 카카오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에디터는 당분간 관망하겠습니다.



코주부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서울경제의 재테크 뉴스레터 ‘코주부’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코인, 주식, 부동산까지 요즘 가장 핫한 재테크 소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리는 코주부 레터. 아래 링크에서 구독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매주 월, 목요일 아침 8시에 보내드립니다.(무료!)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 →https://url.kr/kojubu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