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면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더해 고금리·고환율까지 지속돼 물건을 더 팔아도 수익성은 되레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서울경제가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금융·지주사 제외)의 사업보고서와 금융정 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실적 전망치(21일 기준)를 비교 분석한 결과 20개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7.17%로 지난해(10.39%)보다 3.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기업들이 한 해 동안 제품을 팔아 얼마나 수익을 거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이 숫자가 한 자리로 떨어진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20개 기업의 올해 전체 매출액은 1053조 3180억 원으로 전년의 892조 8093억 원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92조 8024억 원에서 75조 5522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기업은 조사 대상의 60%에 달했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12곳의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8.4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15.61%로 2.8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8.3%포인트), 네이버(-3.29%포인트)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수익성 또한 줄줄이 후퇴할 전망이다.
첨단소재·석유화학·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LG화학(051910)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6.87%로 지난해(11.78%)보다 5%포인트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채산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바이오주의 양대 산맥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4.43%포인트), 셀트리온(068270)(-6.60%포인트)도 역성장 전망이 짙어지는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범위를 넓힐 경우 연말에 가까울수록 올해 영업이익률이 추락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을 ‘잘 팔고’도 수익성이 뒷걸음치는 것은 기업들의 채산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원자재·물류비용이 치솟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서 생산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각국이 자국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한 점도 국내 기업들로서는 위기 요인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미중 갈등이나 미국의 ‘인플레이션방지법(IRA)’ 같은 보호무역주의적 측면에서 이뤄지는 각종 제재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과제가 시급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외교적 역할 강화와 지원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