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베일리’와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서울의 핵심 재건축 사업장들이 잇따라 공사비 증액을 위한 검증 절차에 뛰어들었다. 공사비 문제는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의 이익이 서로 첨예하게 갈리는 지점인 만큼 증액 규모가 어떻게 결정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공사비 검증이 연초 콘크리트·철근 등 건설 필수자재의 가격이 급등한 후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사업장에서 진행하는 만큼 내년 도급계약을 앞둔 사업장들이 참고할 만한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과 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께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는 공식 서류를 한국부동산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9월 29일 조합은 총회를 열어 당초 1조 1277억 원이었던 공사비를 1400억 원가량 증액하기로 의결했으며 시공사인 삼성물산으로부터 공사비 세부 자료를 받아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재건축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사업도 180여 일에 걸친 공사 중단 사태를 매듭짓고 공사비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둔촌주공 조합 역시 이달 15일 조합 총회에서 3조 2292억 원이었던 공사비를 4조 3677억 원까지 올리기로 의결하고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신청(가접수)한 상태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공사비가 일정 비율 이상 증액될 경우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검증을 받도록 돼 있다. 이 제도는 사업 시행자인 조합과 도급계약의 상대방인 시공사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공인기관에서 양측의 이견을 조율해 적절한 공사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들 조합에서 검증 신청을 하면 한국부동산원은 75일 이내 그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두 사업장에서 요청한 공사비 검증이 일부라도 반영된다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향후 진행할 공사 계약에 적극 반영할 가능성이 높고 반면 조합으로서는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사업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사업 모두 서울 핵심 입지에서 진행되는 재건축사업인 데다 연초 건설 필수자재의 가격 급등 이후에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한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재건축 사업 3.3㎡(평)당 공사비는 서울 강북권 기준 지난해 말 450만~480만 원대에서 올해 700만 원 수준으로 크게 오른 상태다. 1군 건설사의 한 임원은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는 시공사나 조합에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원을 설득하기 위한 객관적 자료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향후 다른 재건축단지의 공사비 조정과 계약 체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