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이후의 택지 개발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지금, 개발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1기 신도시(성남 분당·고양 일산·부천 중동·안양 평촌·군포 산본)입니다. 이름은 신도시지만 1기 신도시는 지난 1992년 준공돼 올해로 입주 30년이 지난 ‘구도시’가 돼버렸죠. 주차난과 녹물에 시달리고 있지만 최근 수년 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재건축 규제가 강화돼 개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정부의 개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상황이고요. 윤석열 대통령이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이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아 보입니다. 현재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어디까지 논의됐고 앞으로 어떤 산을 넘어야 하는지, 코주부 레터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 지난 5월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진행해 왔는데요.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이달 11일 나왔습니다. 핵심 내용은 두 가지 입니다. ①2024년까지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겠다. ②선도 지구를 선정해 시범 재건축 하겠다.
근데 왜 계획 세우는데 2년이나 걸리는 걸까요?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것도 줄인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원래대로라면 국토부가 큰 계획(정비기본방침)을 세운 다음 각 지자체가 세부 계획(신도시별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해서 총 4년은 걸리는데, 이걸 동시에 진행시켜 절반으로 줄였다는 설명.
선도 지구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일종의 시범 케이스입니다. 선도 지구에서 우선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해보고 보완점을 수정해 전면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1기 신도시 5개 지역별로 한 곳씩, 총 5곳의 선도지구가 지정될 예정입니다. 노후도나 사업 적합도 등을 따져서 선정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기준이나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오는 24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시장들이 모여 선도지구에 대해 첫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이후의 일정은 2023년 2월 1기 신도시 특별법 정부안을 발의하고 2024년에는 선도 지구 선정 및 사업 본격 추진으로 계획돼 있습니다.
현재 국토부는 위와 같은 계획을 가지고 1기 신도시에서 릴레이 주민 설명회를 진행 중입니다. 에디터가 지난 18일 성남시 분당구청에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해 생생한 얘기를 듣고 왔는데요.
주민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였습니다. 아무리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지만, 마스터 플랜을 짜는데 왜 2년이나 걸리는지, 어째서 국토부까지 나서서 계획을 짜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용산·여의도가 ‘마스터 플랜을 짠다’는 이유로 오히려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사례처럼 1기 신도시도 정부의 필요에 의해 사업이 늦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것 같더라고요.
물론 국토부와 성남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29만 가구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 신도시라는 특성 탓에 입주 시기가 거의 비슷한 점 등 지자체 단독으로 개발 계획을 세우기엔 한계가 있기에 국토부가 개발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마스터 플랜보다 선도 지구 지정 문제가 더 골치아파 보였습니다. 형평성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날 설명회에서도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졌던 게 바로 선도 지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주민들은 “그냥 각 단지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속도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기에 정해진 것보다 정해지지 않은 게 많습니다. 특히 내년 초에 나올 예정인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이 어떻게 확정될지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얼마나 줄지가 바로 이 특별법에 담길 것이기 때문이죠.무엇보다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사업에 우군으로 끌어들일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 같습니다. 정부가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한다니 일반 재건축보다야 시간이 적게 걸리겠지만, 이런 갈등 요소를 고려한다면 그렇게 파격적으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