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춤추고 '주인공 체험' …무대·객석 경계를 허물다

[돌아온 관객참여형 공연]
금란방
관객을 밀주방 찾는 손님으로 설정
320석 중 76석 무대석으로 꾸며
푸에르자 부르타
다양한 인간감정 퍼포먼스로 표현
배우들과 함께 춤추고 적극 교감
다크필드 3부작
초현실 스토리 주인공된 것처럼
30분간 어둠속 오감자극 공연체험

관객의 직접적 참여를 적극 끌어내는 이른바 ‘이머시브(immersive·몰입)’ 스타일의 공연들이 코로나19의 엔데믹화(풍토병화)를 타고 올 가을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연시되던 시절이면 꿈도 꿀 수 없었던 것들이 약 3년만에 돌아온 셈이다.



서울예술단의 이머시브 창작가무극 ‘금란방’의 한 장면. 사진 제공=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금란방’은 조선 후기 금주령이 내려진 시기를 배경으로, 밀주방에서 이야기를 파는 사람과 손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연 시작 전부터 배우들이 로비에 등장해 관객들과 섞인 채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하는가 하면, 클럽 음악이 흐르는 공연장에 들어가면 무대 위로 일부 관객들을 끌어올리고는 함께 춤을 춘다.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관객을 밀주방을 찾은 손님으로 설정해 참여를 끌어낸다. 전체 320석 중 무대석으로 꾸민 76석에 앉은 관객은 LED로 만든 잔을 이용해 함께 술을 마시는 듯한 연출을 하고, 공연 중간 투표를 통해 두 갈래 중 하나의 내용을 선택하기도 한다. 마이크가 꺼진 배우들은 무대 곳곳에서 무대석에 앉아야만 들을 수 있는 대사를 이어가면서 관객들이 공연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11월 13일까지 국립정동극장.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의 한 장면. 관객들은 수조를 두고 배우들과 교감한다. 사진 제공=쇼비얀엔터테인먼트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이하 ‘푸에르자 부르타’)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정을 언어가 아닌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없이 벽, 천장 등 모든 공간을 무대로 활용하는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배우들은 공중에 매달린 채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천정 위의 수조 안에서 헤엄치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끝없이 달리는 등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또한 관객들이 있는 바닥으로 내려와서 관객들과 밀착한 채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감한다. 관객은 관람과 동시에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위에서 골판지가 떨어지는 철제 구조물에 올라가서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물벼락이 떨어지는 플로어에서 배우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등 배우들과 동화된다. 12월 26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FB씨어터.



‘다크필드 3부작-플라이트’ 공연 관객들의 모습. 헤드셋을 낀 채 빛이 사라진 가운데 이야기 속에 직접 뛰어든 체험을 선사한다. 사진 제공=LG아트센터

22일 막을 올린 ‘다크필드 3부작’은 관객을 이야기 한복판에 던져 놓음으로써 체험하고 몰입하게 만드는데 중점을 둔다. 관객들이 공연장 안에 들어선 작은 컨테이너 안의 의자에 앉아서 헤드셋을 쓰는 순간, 모든 빛이 사라진 칠흑 같은 어둠만 남는다. 어둠 속에서 관객들은 초현실적 이야기의 주인공이 돼서 360도 입체음향과 오감을 자극하는 특수효과를 통해 30분의 시간 동안 공연을 ‘체험한다’.


영혼과 대화하는 자들의 모임 ‘고스트쉽’,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비행 ‘플라이트’,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드는 방 ‘코마’ 등 3개의 이야기를 준비한다. 이를 위해 ‘코마’에는 관객들이 누울 수 있는 3층 침대가, ‘고스트 쉽’에는 거대한 사각 테이블이, ‘플라이트’는 여객기의 좌석을 분해 후 재조립해서 설치했다. 회당 30명만 입장 가능하다. 11월 2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그랜드 엑스페디션’ 공연에서 관객은 모험가라는 설정 하에 각국의 음식과 춤을 체험하게 된다. 사진 제공=아이엠컬쳐·뉴컨텐츠컴퍼니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관객이 열기구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가 돼서 각국을 방문한다는 기본 설정 아래 고급 식사를 결합한 공연이다. 각 나라에 도착하면 8명의 배우는 음식을 서빙하면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동시에 그 나라에 맞는 의상을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관객들은 음식을 맛보며 여행 경험을 완성한다. 배우들은 정해진 움직임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관객과 실시간 소통을 거쳐 춤을 추며 기차놀이도 한다. 내년 3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홀 카오스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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