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그림 투자를 명목으로 수천 명의 투자자를 모집해 폰지사기 의혹이 불거진 업체가 투자 수익금 상환을 전면 중단했다. 회사 사정을 이유로 잔액만 지급하더니 이조차 아예 멈추고 다음 달 원금을 일시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일인 시위를 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5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1000억 원대 폰지사기 의혹이 제기된 H업체 측은 24일 투자자들이 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방에 “원금의 1%씩 100회를 받아야 정산되니 기간이 너무 길어 투자자들의 원망과 분노를 받았다”며 새로운 투자금 상환 방법을 고지했다.
H업체가 밝힌 상환 방법은 전액 일시 상환이다. 다음 달 24일 모든 투자자들의 잔액을 상환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12월 24일 2차 상환해 모든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는 설명이다. H업체 측은 김환기·박수근·김창열 화백 등 300억 원의 유명 고가 작품 매각, 일본 내 한 협회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1000억 원의 투자금 유치 등을 지급 재원으로 내세웠다.
H업체의 말 바꾸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H업체는 200만 원을 투자하면 매일 4만 원씩 150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높은 수익률을 약속한 바 있다. 1000만 원을 투자하면 하루에 25만 6000원, 5000만 원을 투자하면 하루에 145만 원이 지급되는 구조로 투자금이 많을수록 수익률도 높았다. H업체는 최근 회사 내 자금 사정을 이유로 잔액(총 투자금-기존에 지급받은 수당)의 1%만 매일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H업체의 SNS 단체방에는 피해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지급 재원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기존에 받던 소액마저 지급이 중단되자 원금을 찾을 수 없다는 공포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H업체에 5200만 원을 투자했다는 A 씨는 “듣기 좋은 말로 구슬리기만 몇 번째”라며 “원금을 돌려받는 것이 우선이라 지금까지 억지로 믿어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H업체의 서울 내 한 지점에서 시위를 시작한 피해자도 있다.
H업체의 엉터리 계산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H업체가 책정하고 있는 투자자별 잔액은 재투자를 제외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1억 원을 투자한 피해자가 수당으로 받은 5000만 원을 재투자한 경우 H업체는 전체 투자액 1억 원이 아닌 5000만 원에 대해서만 보상을 해주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피해자 B 씨는 “완전히 엉터리 계산이다. 투자한 금액을 온전히 돌려줘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NFT 및 가상자산 투자로 원금의 세 배 이상을 돌려주겠다며 3월부터 투자자를 모집한 H업체 대표 유 모(55)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 모 씨는 현재까지 투자자들과 연락을 끊고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