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을 공식화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국내외 통틀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인 미국 내 전용 기지를 시작으로 2030년께 연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현대차그룹이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는 정의선 회장의 경영 비전을 실천할 핵심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25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열었다. 기공식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 의원, 존 오소프 연방 상원 의원, 버디 카터 연방 하원 의원,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조태용 주미대사 등 한미 양국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최고경영진이 자리를 함께했다.
정 회장은 이날 기념 연설에서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드디어 찾게 됐다”며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HMGMA’를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HMGMA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는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정 회장은 평소 내부 직원들에게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두가 똑같은 출발 선상에 서 있다”며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고 독려해왔다.
HMGMA는 총 1183만 ㎡(약 358만 평) 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지어진다. HMGMA 건설에 맞춰 조지아주정부도 각종 인센티브를 단계별로 지급할 예정이다. 인센티브에는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공제, 재산세 감면 등이 포함돼 있다. 주정부 산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발전소 용지 및 도로 건설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한다.
HMGMA는 내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올 들어 3분기(1~9월)까지 현대차와 기아(000270)는 미국에서 전기차 4만 7095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12.0%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HMGMA가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2030년 전기차 84만 대, 글로벌 시장에서 323만 대를 팔아 시장점유율을 12%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HMGMA에서는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다차종의 전기차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현지 고객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미국 내 현대차그룹 생산 거점 3곳은 서로 인접해 있다. 조지아주 기아 미국생산법인과는 약 420㎞, 앨라배마주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과는 약 510㎞ 떨어져 있다.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가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까지 전기차 제조·판매에 필요한 안정적인 현지 조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터리 셀 공장을 HMGMA 인근에 설립할 예정이다.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는 현대와 기아·제네시스 전기차에 최적화한 배터리 제품을 공동 개발해 양산하고 HMGMA에서 고효율·고성능·안전성이 확보된 높은 경쟁력의 전기차를 적시에 생산해 현지 판매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전기차 전용 생산 기지들을 건설해 전동화 전환에 더욱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 내 주행시험장 부지에 신형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목적기반차량(PBV)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두 곳 모두 HMGMA와 같은 시기인 2025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국내외 전기차 전용 거점 3곳을 발판 삼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가 한 차원 올라감으로써 국내 완성차 및 전기차 수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량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 직전인 2004년과 비교해 12%, 완성차 수출액도 같은 기간 79% 증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