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가뭄 속 이자 놀이로 최대 이익 거둔 은행들

고금리와 시중 자금 경색으로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급증한 이자 이익으로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합계 순이익은 4조 887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6% 급증했다. 예금과 대출 금리 차로 벌어들인 이자 이익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2조 4030억 원, 2조 1397억 원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 차는 0.25%포인트 오른다. 대출 금리는 즉시 오르는 반면 예금 금리 조정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이후 한은 기준금리가 0.5%에서 3.0%로 2.5%포인트 상승한 만큼 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1년여 만에 0.636%포인트 오른 셈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은 엄청난 이익을 얻는 반면 서민들과 취약 기업들은 이자 부담으로 신음하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이자 부담은 3조 2000억 원 늘어난다. 최근 7%를 넘어선 주택담보대출금리 상단은 내년에 9%대로, 신용대출금리는 10%대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준금리 3.0% 수준에서 국내 1000대 기업 중 59%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기 어려운 취약 기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가계와 기업들은 금리 급등에 더해 최근 레고랜드발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최고신용등급(AAA)인 한국전력공사가 채권 발행에 나섰지만 일부 유찰되고 5대 그룹 계열사들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등 돈 가뭄이 심화하고 있다. 은행권도 고통 분담과 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할 때다. 우선 이자 놀이에 매달린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예대금리 차를 축소하고 선진 금융 기법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 또 금융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취약 계층 지원 등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고 채권안정기금 등 시중 자금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기구에 출자금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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