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미니경방'…尹 "보건·국방·고용도 산업부 돼야"

[정책 쏟아낸 비상경제민생회의]
尹 "긴장 말고 하시라" 했지만
장관들 발표 중간중간 송곳질의
"민간 잘뛰게 좋은 운동화 공급"
정부 적극적 기업 지원도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깐”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의 설명에 제동을 걸자 장관들과 참모들의 눈은 일제히 대통령에게 모아졌다.




김 국장이 “해외 건설 수주액과 국제유가의 상관관계가 0.84로 상당히 높다”며 중동 건설 시장 진출을 통한 해외 건설 수주 전략을 발표하자 윤 대통령이 기습 질문을 던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0.84면 1, 사실 상관관계가 100%라는 이야기인데 이게 꼭 산유국에만 해당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석유가 많은 나라뿐 아니라 가스는 물론이고 니켈이 많은 인도네시아 등 자원 부국들도 건설 인프라 수요가 올라오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처음으로 생중계로 진행했다. 올 7월 8일 미국발 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고유가·고금리·고물가를 비상 경제로 선언하고 제1차 비상경제회의를 가진 뒤 1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7일에는 악화하는 국제수지와 관련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비공개로 개최한 뒤 “보강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번에는 공개회의, 더구나 생방송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국민들에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장관들의 고민과 이에 대한 대책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의지였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장관들에게 “긴장하지 마시고 국민들께 진정성 있게, 솔직하게 하라”고 했지만 장관들의 발표 중간중간 송곳 질의를 날리며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尹 “경제 활력 대책 있나” 첨단 산업 수출·육성 주문=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실제로 현장에서 사업을 하는 많은 기업인들이 지금 고금리로 인해 투자와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가운데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계획을 수립해서 실천할지 궁금해 한다”며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이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며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추 장관은 “전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했고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복합 경제위기 돌파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수출 활성화가 핵심 키”라고 강조했다. 경제 규모(GDP) 대비 무역 비중이 84.8%(2021년 기준)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상 수출 경쟁력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회의장 모니터에 업종별 그래프를 띄웠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화학의 자리에는 먹구름이 있었다. 이 장관은 “(과거 반도체) 하강기에 상당한 투자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며 민관 합동으로 340조 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계획을 밝혔다.


◇“과감한 세제 혜택 줘야 투자 늘린다” 강조=회의에서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장관들의 난상 토론도 벌어졌다.


이 장관이 “반도체는 입지가 중요하다”며 “입지 규제가 조속히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반도체는 중소·중견 1000개사가 뒷받침한다”며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팹리스 육성을 주장했다. 추 부총리는 이에 “민간 자금이 벤처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회에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말이 끝나자 “세제 지원을 안 해주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투자 수익에 대해 과감한 세제 혜택을 주면 정부도 손해 볼 것이 없다.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의 역할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촘촘하게 만들어 민간이 더 잘 뛸 수 있도록 더 좋은 유니폼과 운동화를 공급하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기업 지원을 강조했다.


◇"수출·산업 증진 위해 다 같이 뛰라"=이날 회의에는 소위 비경제 부처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물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참석했다.


이 장관이 올해 방산 수출이 연평균 대비 4배 증가한 130억 달러를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김 실장도 “방산 수출 전망이 매우 밝다”며 “핵심은 다른 나라, 다른 산업으로 확산시킬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수장인 추 부총리는 이 같은 보고를 듣고 “국방산업부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치켜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에 “복지부는 사회서비스산업부, 국방은 방위산업부가 돼야 하고 문화체육관광부도 문화산업부로, 이렇게 산업 증진과 수출 촉진을 위해서 다 같이 뛴다는 자세로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교육 문제도 지적했다. 산업 변화에 맞춰 교육 현장도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디지털 시대가 되면 국민들은 디지털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초등학교·중학교에 코딩 교육, 디지털 네이티브(원어민)로 키울 수 있는 디지털 알고리즘 교육을 많이 시켜야 한다”며 “우리가 중국보다 (교육 시간이) 2분의 1 밖에 안 된다는 기사를 여러 번 봤는데 이렇게 해서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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