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사랑받는 삼성 만들자"…기업 사회적역할 강조한 李 회장

■임직원에 취임 메시지
"상황 절박…과감하게 도전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
책임경영·초격차도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회장 취임 이후 첫 화두로 ‘기술’을 언급했다. 경쟁자들을 크게 앞서는 ‘초격차’ 전략으로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며 ‘뉴삼성’의 경영 철학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판단 아래 그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했다.


이 회장은 27일 이사회의 회장 승진 의결 이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과 만나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고 취임 후 첫 소감을 밝혔다. 그는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며 “많은 국민의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에 따른 별도 행사나 취임사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다. 대신 삼성 사내 게시판에 취임사를 대신한 글을 올려 소회와 각오를 임직원에게 전했다.


이 회장은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건희)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경영 화두로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그는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창의적인 조직 문화의 중요성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고객과 주주, 협력 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며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 된 비전이고 미래의 삼성”이라고 그룹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안건을 의결한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원들은 이날 오전에 모여 이 사안을 논의했다. 이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의장이 발의했다. 이사회는 회사의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초유의 물가 상승, 세계 주요국 간 기술 패권 다툼 심화 등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총수를 축으로 한 안정감 있는 경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사회를 통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에도 주목하고 있다. 회장은 법률(상법)상 직함이 아니기 때문에 승진 시 이사회의 승인을 거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회장은 내부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았다.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그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도 이사회의 결정이 향후 이 회장의 경영 활동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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