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방자치단체·금융투자 업계가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을 풀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긴축 정책을 펴는 중임에도 6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직접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강원도는 12월 15일까지 보증채무를 조기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심리가 일부 완화되며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 시공사들은 가까스로 70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의 차환 발행을 마쳤다. 4면
27일 한은 금통위는 6조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이는 3개월 한시 대책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재검토한다.
금통위는 먼저 대출적격담보증권과 공공시장운영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 증권에 한전채 같은 공공기관 발행 채권과 은행채를 포함한다. 특히 증권사 등 한은 RP 매매 대상 기관에 대한 6조 원 규모의 RP 매입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하면서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행하는 이번 조치로 통화정책의 주요 파급 경로인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이 원활하게 작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내년 1월 29일까지 레고랜드 관련 보증채무 2050억 원을 갚겠다고 했던 강원도는 12월 15일 조기 상환할 것임을 밝혔다. 강원도는 금융시장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이 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리스크가 가시화한 증권 업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9개 대형 증권사는 각사가 500억∼1000억 원을 각출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각종 대책이 연일 쏟아지면서 자금 경색 상황은 일부 완화되고 있다. 둔촌주공 PF 단기사채는 만기를 하루 앞두고 차환 발행에 성공했다. 또 AAA급 공사채인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철도공사는 각각 2300억 원과 2000억 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다만 통영에코파워는 51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인수 주문을 한 건도 받지 못해 아직 일반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는 풀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종갑·조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