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우수상 ‘길동 채움’

주유소에서 '전기·문화충전소'로 변신
충전하며 자연광 경험토록 설계
자연 풍경 같이 외부 조경 디자인

길동채움 전경. 외부 조경은 갈대와 대나무와 같은 초목을 사용해 사람이 가꾼 정원이 아닌 길들여지지 않은 원시 자연 풍경과 같이 보이도록 디자인됐다. /사진작가=김종오

‘길동 채움’은 과거 주유소 자리에 위치한다. 현재는 문화 상업기능들을 배치해 단순한 친환경 전기차충전소를 넘어 충전이 진행되는 30분의 시간 동안 자동차와 사람 모두가 채워질 수 있는 '문화충전소'를 지향한다. 건축가는 “이 건축물은 화석 연료에서 친환경 연료로의 변화에 따라 주유소가 문화적 형태로 변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층 전기차충전소, 2층 휴게공간, 3층 브랜드숍, 4층 공유오피스로 구성된 각 기능들은 사용자 및 시민에게 열려 있다. 또 각 공간들은 수평·수직 서로 경계 없이 상호 연결돼 있어 소통하기 수월하다. 특히 1층 충전스테이션의 모습을 2층 휴게공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돼 충전 중인 전기차를 계속해서 확인할 수 있다. 상층부에는 작은 마당을 둬 바깥 자연과 직접 조우할 수도 있다.


건축가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30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며 이용자들이 자연의 빛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내외부 곳곳에 빛과 음영 그리고 침묵의 여유를 경험하도록 열린 공간과 철, 콘크리트 벽을 적절하게 배열했고, 인공광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했다. 건축가는 “짧은 시간이라도 길동 채움에서 빛과 공간을 경험하고 일상의 여유를 발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외부 조경은 갈대, 대나무와 같은 초목을 사용해 사람이 가꾼 정원이라기보다는 길들여지지 않은 원시 자연 풍경과 같이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건물 외벽에는 간판이나 안내표지가 부착돼 있지 않아 더욱 자연스러워 보인다. 원시의 자연과 어우러진 즉물적인 철과 콘크리트 구조체의 형상을 통해서는 주유소가 사적인 건물이 아니라 이전에 위치했던 주유소의 ‘열린 특성’, ‘공공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춘하 심사위원은 “길동 채움은 복합용도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변화하는 자연의 빛을 내부 공간에 담아 사용자에게 그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를 경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감정의 풍요를 느끼게 하려는 건축사의 지향점이 돋보이고 그 기대를 수행해 낸 치밀함 또한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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