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우수상 ‘스페이스미조’

버려진 냉동창고에 새 숨결을 불어넣다
방치된 작은 마을 옛 창고 되살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 기지로

경남 남해군 미조면 ‘스페이스 미조’ 전경.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옛 구조와 벽면을 그대로 살렸다. 사진=노경 작가

남해안의 수려한 고장 경상남도 남해군 최남단으로 내려가면 작은 항구 마을 미조항이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고깃배를 타고 앞바다에 나가 활어를 잡아와 생계를 꾸린다. 바다 건너편에는 사람이 사는 두 개의 유인도와 열여섯 개의 무인도가 있다. 다도해(多島海) 한려해상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이 자그마한 항구 마을 한 편에는 오랜 기간 방치돼 온 냉동창고가 있었다. 한 때는 마을 내 어업을 지탱하는 보급기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건축가 박석희는 이 버려진 냉동창고를 되살려 문화기지로 재탄생시키기로 했다. 그렇게 남해안 마을 한 편의 오래된 냉동창고는 기억과 감정, 영감이 교차하는 문화시설 ‘스페이스 미조’가 됐다.


스페이스 미조는 옛 냉동창고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퇴색된 콘크리트 벽면이 외관의 주를 이루는데 벽면 일부에는 낙서인지 아니면 일종의 기록인지 구분하기 힘든 빨간색 글씨마저 남아 있다. 이 건물이 최근 재탄생됐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게 하는 요소는 매끈한 커튼월로 만들어진 커다란 창문 정도다. 따라서 이 건물은 새로우면서도 낡았다. 새 것이면서 동시에 낡은 것이기에 옛 냉동창고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익숙하다. 마을 주변 환경과의 이질감도 없다. 그러면서도 새 것이기에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마을의 새로운 명소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4층 규모의 나름 커다란 건물 내부는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비롯해 카페, 식당, 편집숍 등으로 구성돼 있다. 카페와 식당은 남해안의 식자재를 살린 메뉴를 내놓는다. 문화 공간 및 편집숍은 이 일대 마을과 연관지을 수 있는 전시와 상품을 기획해 선보인다. 예컨대 개관 전시였던 ‘미조’는 미조항이 어떤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오늘날 미조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옛 건물을 되살려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재생 건축’이 각광받고 있는 지금, 남쪽 작은 해안가 마을에 들어선 스페이스 미조는 사람을 잇고 사상을 매개하는 문화 기지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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