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용돈 줄고 생활비 부담 커져…'일하는 노인' 늘었다

2010~2021년 취업자의 82%가 고령층
상당수 용돈 받지만 금액은 점차 줄어
배우자 취업 상태나 건강도 취업 요인
저소득 고령층의 고용률 상승 폭 높아


과거 약 10년 동안 늘어난 취업자 5명 중 4명은 만 60세 이상인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공적연금이나 자녀로부터 받는 용돈은 줄어드는데 생활비는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저소득 고령층에서 고용률이 크게 늘어난 만큼 사회복지 지출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31일 한국은행 소속 조강철 과장과 이종하 조사역이 작성한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의 고용률은 2010년 36.2%에서 2021년 42.9%로 6.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고용률은 58.9%에서 60.5%로 1.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10~2021년 고령층의 취업자 수는 266만 8000명 늘어나면서 전체 취업자 수(324만 명)의 82%를 차지할 정도다.


연구진이 고령층 고용률 상승 배경을 실증 분석한 결과 사적 이전의 감소, 공적연금과 자산소득 대비 생활비의 급격한 증가 등 경제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이나 사적 이전 수혜 시 미수혜자에 대비 취업 확률이 각각 2.0%포인트, 0.9%포인트 낮았다. 생활비가 100% 상승하면 취업 확률도 1.6~1.9%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이 자녀로부터 지원받는 사적 이전 금액은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부모 부양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는 가운데 자녀와 동거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고령층은 여전히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으나 금액이나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2012~2021년 고령층의 실질 소비지출은 의료비, 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29.2% 증가하면서 전체 소비 증가율(7.6%)을 크게 웃돌았다.


배우자의 취업 증가, 건강상태 개선 등 인구사회학적 특성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부부가 여가를 함께 보내는 것을 선호할 경우 비슷한 시기에 은퇴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 건강이 나쁠수록 은퇴 확률이 높아지고 노동 공급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조 과장은 “배우자가 취업 상태에 있고 건강상태가 좋을수록 취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다만 건강상태는 좋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규칙적으로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인과관계로 해석하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적연금이나 사적이전, 자산소득 등이 없거나 낮은 저소득 고령층의 고용률 상승 폭이 높다는 것이다. 고령층 고용 증가는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 추세를 고려했을 때 바람직하지만 내용면에서는 비자발적인 노동 공급을 줄이는 대신 자발적 노동 공급을 장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조 과장은 “비자발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저소득 고령층의 소득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사회복지 지출 확대, 기초연금 수준 증대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며 “퇴직 후 재고용 등을 통해 축적된 인적자본의 효율적 활용, 노동 빈곤층 감소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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