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가 견인하던 나스닥지수 가치가 끝없이 하락하면서 월가에서 그간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온 기술주를 떠나 투자처를 옮겨가고 있다. 성장 전망보다는 배당금 등 현금이 꾸준히 들어오는 안정적인 기업이 선호되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닥지수의 가치가 8조 달러(약 1경 원) 이상 빠진 가운데 월가는 올 4분기 더 큰 하락 폭을 전망했다. 알파벳·메타(옛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 등 소위 ‘FAANG’으로 불리는 5대 빅테크의 하락 폭은 나스닥종합지수의 하락 폭인 29%를 넘어섰다. 메타·알파벳이 속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대 커뮤니케이션·서비스 부문은 올해 6월 이후 어느 부문보다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오랫동안 성장주로 여겨졌던 기술주가 올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기술주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꾸준히 배당금 등 현금이 들어오는 기업을 선호하는 흐름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원유·에너지 기업 등이 꼽힌다. 론 사바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는 WSJ에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는 성장주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S&P500지수를 앞지른 유틸리티·에너지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술주들이 높은 하락 폭을 보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 정보 분석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아마존 주가의 경우 향후 12개월간 예상 수익의 65배에 달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보이는데 이는 S&P500대 기업의 PER이 16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크게 높다는 평가다. PER이 높을 수록 고평가된 만큼 여전히 주가에 거품이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은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비용 감축 등에 집중하며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인텔은 내년에 비용을 30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 감축하기로 했다. 비용 감축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향후 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술주가 현재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래퍼텐글러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제프리스 포트폴리오매니저는 “MS의 경우 협업 툴 ‘팀스’ 등 구독 모델로 인한 수익 창출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다”며 “지금 이 주식을 판다면 거저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