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해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남성과 성매매를 한 A 씨는 성 매수자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고 요구했으나 밤낮없이 전화하고 집과 직장까지 찾아와 괴롭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7세 미성년자인 B 씨 역시 오픈채팅으로 만난 남성이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집으로 찾아와 창문을 두드리는 등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스토커를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만 성매매 사실이 드러나 처벌 받을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3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성인 성매매 종사자와 미성년자 성매매 피해자 등은 스토킹을 비롯한 범죄 피해를 당해도 처벌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스토킹 범죄가 날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매매와 엮인 스토킹 피해 현황 파악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성매매피해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에서도 해당 범죄 피해 현황을 파악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성매매와 스토킹은 깊은 연관성을 보이지만 이에 대한 통계나 연구 자료가 없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현재 ‘성매매 방지 및 피해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해당 지원 서비스를 받는 성매매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현황은 별도로 조사하지 않는다. 여가부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성매매 피해자 보호·상담, 의료·법률 지원, 치료 회복 프로그램, 진학 교육과 직업훈련, 일자리 제공 사업 등을 통한 자활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구조에서 자활에 이르는 과정을 지원해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성매매업으로 재유입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다 보니 스토킹 범죄에서 구제하는 것은 관심사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성매매와 스토킹이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 구매자들이 약점을 잡아서 협박하고, 만나달라고 하고, 앱을 추적하는 경우는 많다”면서 “특히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경우 약점을 잡히거나 취약한 경우가 많아 성 매수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성매매 여성은 처벌이 두려워 스토킹 피해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와 불안·공포가 굉장히 크지만 실태 파악은 물론 관련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최근 성매매와 스토킹 간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8년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레스터대 연구진이 온라인 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8%가 5년간 적어도 한 가지 형태의 범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원치 않는 접촉 또는 개인적인 접촉 시도’를 경험한 이들은 65.1%에 달했다. 2020년 ‘아일랜드 사회학 저널’에 게재된 ‘성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폭력과 증오범죄 동향’ 연구에서도 성 노동자 중 괴롭힘과 스토킹을 경험한 비율은 30.4%, 욕설과 협박 전화를 경험한 이들은 76.9%에 달했다.
해당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아일랜드에서 성 노동자를 범죄화하는 매춘업법이 유지된 2017년 이후 성 노동자에 대한 범죄는 증가했고 해당 범죄에 대한 경찰 신고 수준은 계속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가해자들에게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여성 성 노동자는 쉬운 범죄 표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