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찾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롯데후레쉬델리카 제1호 공장.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도시락을 공급하는 이 곳에서 가장 먼저 포착된 광경은 레일을 타고 도착한 소독된 취반기로 씻은 쌀이 쏟아지는 모습이었다. 이 공장에 설취된 취반기는 무려 190개로 1개당 20분 만에 밥을 짓는다. 이날에도 20가지 종류의 밥이 각기 다른 취반기에서 지어지고 있었다. 압력 밥솥의 역할을 하는 취반기는 도시락 공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롯데는 취반기 설비에만 무려 30억원을 투자했다. 설비가 10년이 넘었음에도 새 것처럼 깨끗하게 관리가 잘 돼 있었다. 밥맛을 높이기 위해 타사와는 달리 세븐일레븐은 100% 삼광미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봉민혁 롯데후레쉬델리카 제1호 공장장은 “매일 9톤의 쌀이 소비되며, 다음 달 1일부터 햅쌀로 밥을 짓는다”고 설명했다.
‘런치플레이션(점심+물가상승)’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외식비, 식료품비 등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이 큰 인기를 끌자 제품을 납품하는 공장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다양한 메뉴까지 선택할 수 있어 직장인과 학생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자 위생과 메뉴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로 롯데후레쉬델리카 제1호 공장은 편의점 운영을 고려해 365일 연중무휴 돌아간다. 지난 1999년 설립된 이후 23년 째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이 공장은 각각 도시락과 김밥 2라인, 삼각김밥 3라인, 반찬류 1라인 등 9개 라인으로 미반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유통기한이 36~72시간으로 짧은 제품들을 생산하다 보니 공장을 항시 가동한다. 제1호 공장에서는 세븐일레븐 외에도 코레일, 웰스토리, 홈플러스, 쿠팡 등에 납품하며 연매출이 65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세븐일레븐 도시락의 인기 비결은 철저한 맛과 품질 관리다. 롯데후레쉬델리카 공장에서 갓 지은 밥은 영하 18도로 급속 냉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밥이 호화(gelatinization)돼 퍼지는 것을 막고 균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 봉 공장장은 “10년 전에 수입한 취반기를 매달 20~30개씩 도장 및 수리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냉각된 밥을 계량한 뒤 도시락에 메뉴 별로 반찬을 담는다. 냉각 과정까지는 기계가 맡지만, 이후 과정은 직원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도시락의 반찬이나 메뉴 구성이 다양해 지다 보니 기계화를 하기에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중으로 포장된 도시락은 중량, 금속류 이물질, 세균 검사 등을 거쳐 마지막 라벨링 작업까지 완료한 뒤 시중에 유통된다. 첨가물 유입 여부도 검사 항목 중 하나다. 세븐일레븐 도시락은 매일 점포 별로 발주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당일 생산’이 원칙이다. 따라서 재고 물량이 없다.
이 같은 철저한 관리 덕분에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도 급성장했다. 이달 세븐일레븐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연초 이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동용 롯데후레쉬델리카 제1호 대표는 “원재료나 도시락 모두 당일 공급, 당일 발주가 이뤄지다 보니 필요한 만큼 공급을 받아 생산하고 있다”며 “도시락 특성 상 품질관리가 중요해 유통 과정에서도 콜드체인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쌀 값이 전례없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국내산 쌀로 밥을 지어 고객에게 공급하는 점도 소비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