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돈버는게임(P2E) 암호화폐 위믹스(WEMIX)가 4대 거래소 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업계가 크게 동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암호화폐 공시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요 거래소들은 2주 안에 심사를 거쳐 위믹스의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는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위믹스의 소명 자료를 토대로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 중이다. 심사 기간은 각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정하는데, 업비트와 빗썸이 2주로 정해둔 만큼 11월 둘째 주 안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위메이드는 소명자료를 통해 자체 공시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위믹스 유통량을 늘리는 모든 행위에 대해 실행 전 공시하고 분기보고서는 물론 수시 공지를 병행하는 식이다. 다만 초과 유통량 처리에 대한 별도의 안내는 없었다. 앞서 지난 6월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던 무비블록(MBL) 역시 위믹스처럼 초과 유통량이 문제가 됐는데, 당시 무비블록재단은 공시 강화 외에도 초과 유통량을 모두 사들이는 바이백 조항과 재단 보유물량의 커스터디(보관·관리) 수탁을 제시해 유의종목에서 해제됐다. 무비블록과 달리 위믹스가 바이백 등 구체적인 초과 물량 해결책을 내놓지 않자 투자자들은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한 위믹스 투자자는 “유통량 회수에 대한 조치가 하나도 없는데 유의종목 해제가 가능할 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위믹스의 상폐 여부를 떠나 근본적으로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암호화폐 회계 처리와 공시에 미숙한 일반 기업에 공시 책임을 부과하는 현재의 시스템만으로는 문제가 또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 교수)은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정보기술(IT) 기반 기업의 경우 암호화폐 관리 등에 미숙할 수 있다”며 “공시 의무 사항이 분명한 일반 주식과 달리 암호화폐에는 마땅한 규제가 없어 정부 차원의 명확한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들이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을 때 상장폐지 여부를 거래소 자율에 맡기는 현재 체계도 불완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관련 법이 있지 않기 때문에 암호화폐공개(ICO) 이후 어떻게 관리할지를 두고 거래소에 과도한 재량이 부여됐다”며 “거래소 임의대로 상폐를 따지면 오히려 프로젝트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피해는 투자자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암호화폐는 유의종목 지정만으로 가격 변동이 크게 생기고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거래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경우엔 사전에 프로젝트에 경고를 주고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